오피니언 사설

교육감 선거에 정치색 물들이지 말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지난 27일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문 후보가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 등과 손을 맞잡고 필승을 다짐했다. 그는 출마 전 박근혜 대선 후보 캠프의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니 이날 새누리당 관계자들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교육감 후보와 정당 관계자가 손을 맞잡은 모습을 보여준 건 바람직하지 않다. 법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부적절한 행동이다. 진보진영 단일 후보자인 이수호 후보도 문 후보 못지 않다. 그는 이미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를 만나 면담한 내용을 홍보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모두 “법적으로는 정당이 교육감 후보를 지지하거나 지원할 수는 없지만”이라는 단서를 입에 달고 다닌다. 그러면서 드러내놓고 특정 후보와의 교감을 강조하거나 관련성을 노출시킨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 차원에서 교육감 선거에 관여하지 못하게 돼 있는 지방교육자치법 규정을 교묘히 이용한다. 후보들도 기회만 되면 자신의 얼굴을 알리려고 정치권과 손을 잡고 보수 또는 진보 색채를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다.

 물론 현행 법 조항이 현실적이지 못한 한계가 있다. 교육정책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다. 보수 또는 진보 등 정치적 입장에 따라 판이한 정책이 수립된다. 그래서 후보들도 정치색을 드러내고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 게 타당하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법 조항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경쟁의 룰을 지키는 게 맞다.

 우선 정당부터 교육감 선거에 개입하려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교육계가 보수와 진보로 편이 갈려 정치판의 대리전을 치르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교육감 후보 스스로 반쪽 교육감을 자처하지 말아야 한다. 색깔만으로 교육계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곽노현 전임 교육감이 재임할 때 학교 현장은 반목과 갈등을 겪어야 했던 사례를 잊지 말아야 한다. 교육감에게 정치적 중립을 요구한 건 진영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기본에 충실하라는 주문이다. 정당이나 교육감 후보자 모두 이번 선거를 정치색으로 물들이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