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여론따라 특감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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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인수위가 언론사에 대한 공정위의 과징금 취소 결정에 대한 특감을 감사원에 요청한 것은 전격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노무현 당선자가 직접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김진표(金振杓)인수위 부위원장은 "공정위가 그런 결정을 왜 내렸는지 국민이 궁금해 하고 있는 만큼 국민적 의혹을 풀어야 한다는 게 盧당선자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盧당선자는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공정위 결정 직후 "처분을 할 때 이유가 있어야 하듯 처분을 취소할 때도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경위 파악을 지시했다.

인수위 자체의 판단 결과 '공정위 결정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잠정결론이 내려졌다고 한다. 문제는 이번 결정의 이면에 네티즌의 여론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인수위 정순균(鄭順均)대변인은 "인터넷상의 네티즌을 중심으로 시민들의 요청이 많아 특별감사를 요청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盧당선자가 네티즌 여론이란 '명분'을 업고 강경 조치를 취한 첫 사례로 보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인수위가 감사원에 특감을 요청할 자격이 있는지도 논란거리다. 인수위 측은 1997년 김대중 당선자의 인수위가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 선정 의혹 등 4건에 대해 감사원에 특감을 요청한 전례를 근거로 제시했다. 또 3백명 이상의 국민이 공익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감사청구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는 감사원 내부 규정도 인용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의 요구를 국민의 요구로 볼 수 있는지, 또 인수위가 일반 국민들을 대신해 감사를 청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딱부러지는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특감 청구의 목적은 공정위 결정의 번복에 있지는 않은 것 같다는 시각도 있다. 인수위 고위 관계자는 "결정을 번복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신뢰를 높이는 상징적 차원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비상걸린 공정위=공정위 측은 "준사법 기능을 하는 합의기구(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결정한 사항이 감사원 감사 대상이 되는지 의문"이라며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감사 결과에 따른 문책 가능성을 염려하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정당한 절차를 거쳐 이뤄진 결정인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사정변경 및 공익상 필요가 발생할 경우 행정행위를 취소할 수 있다'는 일반적인 법 원칙을 따랐다는 것이다.

서승욱.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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