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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 드라마 허점투성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컴퓨터전문가.환딜러등 첨단직종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드라마들이소재의 신선함에도 불구,사전준비 부족으로 초반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최근 이같은 첨단직종을 다루고 있는 드라마는 컴퓨터를 소재로 한 SBS의『영웅일기』와 KBS 8.15특집극『빈잔의 축배』,그리고 환딜러라는 이색직업을 도입한 KBS의『느낌』등이다. 최첨단 컴퓨터산업을 배경으로 대학가 컴퓨터 동아리의 꿈과사랑,이색적인 컴퓨터해커의 세계등을 소재로 한『영웅일기』는 의욕과는 달리 제작.출연진의 全無에 가까운 컴퓨터 지식으로 이미「玉의 티」수준을 넘어선 경우.기태하(이진우 분)가 밤중에 서클 룸에 잠입,깨지기 쉬운 플로피 디스크위에 물건을 던져버리는과잉장면,전산망에 침입한 해커를 찾는다며 바이러스퇴치프로그램을돌리고「석기시대유물」같은 BASIC으로 프로그램을 짜는 등의 기초적 실수는 물론이고 이미 4회에 걸친 방영분동안 화면대부분에서「졸속제작」이 완연히 드러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물론 최초의 컴퓨터드라마 제작에 따른 스태프들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은 짐작이 간다.캐스팅과정에서 출연자들의「컴퓨터 실력」을 사전점검해봤으나 국내에서는 컴퓨터에 익숙한 연기자가 거의 전무한 상태였다.
결국 송영창씨를 제외한 대부분 출연진이「컴맹」에 가까운 인물로 구성될 수 밖에 없었고 촬영시간도 보통 드라마의 3배가 소요되는 진풍경을 낳고 있다.
출연자가 자판을 두드리는 모습과 관계없이 실제 모니터화면은 라인을 따로 뽑아 옆에서 쳐주는가 하면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지만 맨 마지막에 치는 한키로만 프로그램된 화면이 뜨게하는 등의「고육지책」이 등장하고 있는 실정.KBS『빈잔의 축배』녹화과정에서「벽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화면을 켜기 위해 마우스를 작동하라」는 지시를 받은 한 연기자는 정작 녹화가 시작되자 무엇을 작동해야 하는지 몰라 NG를 내는등 연기자들의 실수가 속출해 녹화전 사전지식을 가르치는 설명회(? )를 갖기도 했으나 역부족. 『영웅일기』나『빈잔의 축배』녹화장 모두 G사등 소프트웨어업체관계자를 초빙,지도를 받고 이들이 PD만큼 연기자로부터「스승」대접을 받고는 있으나 짧은 시간내의 교육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느낌』의 환딜러(위임범위내에서 외환거래를 하는 직원)역으로 등장하는 김민종도 3년경력의 MBA출신 환딜러로부터 PC화면에서 당일 환율을 살피는 모습등을 교습받았으나 PC조작법을몰라 무척 힘에 겨워하고 있다.
『영웅일기』의 구본근PD는『외국의 경우 해커등 첨단직업을 전문으로 연기하는 배우까지 있는 실정』이라며『우리현실에서는 캐스팅을 일찍해 연기자에 기능을 습득할 시간을 주는 길밖에 없다』고 지적했다.『빈잔의 축배』작가 이상준씨는『오늘날 운전을 못하는 연기자가 드라마출연이 불가능할 만큼 이제 컴퓨터도 일상화가될 것』이라며『연기자들의 다양한 전문지식 습득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崔 勳.權赫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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