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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일본의 미국 공습 예견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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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초대 대통령 이승만(1875~1965.사진)박사가 1941년 7월 미국 워싱턴에서 펴낸 '일본, 그 가면의 실체'(영문 제목 Japan Inside Out)가 출간됐다.

그동안 책의 존재는 알려져 있었지만 4.19혁명으로 하야한 이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강했기 때문에 번역돼 나오지 못했다. 최근 대한민국 건국 과정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이 활성화되면서 뒤늦게 조명을 받게 됐다. 대한언론인회(회장 제재형)가 창립 3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펴냈다.

책을 통해 이 박사는 군국주의 일본이 머지않아 미국과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 전망하며, 미.일 전쟁을 막기 위해선 미국이 먼저 일본을 힘으로 제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특히 이 박사가 '미국의 역사적 책임'을 강조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미국의 책임이란, 미국이 1882년 조선과 맺은 '조미수호통상조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1905년에 일본이 한국을 '보호국'으로 만드는 것을 방조한 일을 뜻한다. 이 박사는 일본의 한국 침략이 제2차 세계대전의 원인이 되었다고까지 주장했다.

출간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다섯 달 뒤인 41년 12월 일본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이 박사에게 '예언자'라는 별칭이 생길 정도였다. '대지'의 작가 펄벅은 서평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무서운 책이다. 나는 이것이 진실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으나 오직 너무 진실인 것이 두렵다… 나는 이 박사가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사실, 곧 미국이 수치스럽게도 조미수호조약을 파기하고, 그럼으로써 일본의 한국 약탈을 허용했다고 말해준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최병진 씨가 번역했다. 2만5000원. 02-732-479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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