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와 사색] 낮은 곳을 향하여
낮은 곳을 향하여 정호승 첫눈은 가장 낮은 곳을 향하여 내린다 명동성당 높은 종탑 위에 먼저 내리지 않고 성당 입구 계단 아래 구걸의 낡은 바구니를 놓고 엎드린 걸인의 어깨
-
[시(詩)와 사색] 기억을 버리는 법
기억을 버리는 법 김혜수 버리자니 좀 그런 것들을 상자 속에 넣어 높은 곳에 올려놓는다 가끔 시선이 상자에 닿는다 쳐다보고만 있자니 좀 그런 것들을 더 큰 상자
-
[시(詩)와 사색] 고부
고부 김수열 예순 살짝 넘긴 며느리가 여든 훌쩍 넘긴 시어매한테 어무이, 나, 오도바이 멘허시험 볼라요 허락해주소 하니 그 시어매, 거 무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여, 얼릉 가서
-
7과 3분의 1이닝 2실점에 4타수 3안타… 경북고 8강행 이끈 전미르
덕수고와의 16강전에서 역투하는 경북고 전미르. 김종호 기자 우승후보들의 대결다운 명승부였다. '이도류' 전미르(18)의 활약을 앞세운 경북고가 대통령배 8강에 올랐다. 경북
-
[시(詩)와 사색] 아름다운 관계
아름다운 관계 박남준 바위 위에 소나무가 저렇게 싱싱하다니 사람들은 모르지 처음엔 이끼들도 살 수 없었어 아무것도 키울 수 없던 불모의 바위였지 작은 풀씨들이 날아와 싹을 틔
-
[시(詩)와 사색] 별을 보며
별을 보며 이성선 내 너무 별을 쳐다보아 별들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내 너무 하늘을 쳐다보아 하늘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별아, 어찌하랴 이 세상 무엇을
-
[시(詩)와 사색]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이면우 깊은 밤 남자 우는 소리를 들었다 현관, 복도, 계단에 서서 에이 울음소리 아니잖아 그렇게 가다 서다 놀이터까지 갔다 거기, 한 사내 모래
-
[시(詩)와 사색] 별
별 신경림 나이 들어 눈 어두우니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서울 하늘에 별이 보인다 하늘에 별이 보이니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고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니 사람들 사
-
[시(詩)와 사색]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강성은 잠든 사이 붉은 가로등이 켜졌다 붉은 가로등이 켜지는 사이 달에 눈이 내렸다 달에 눈이 내리는 사이 까마귀가 울었다 까마귀가 우는
-
[시(詩)와 사색] 나의 가족(家族)
나의 가족(家族) 김수영 고색이 창연한 우리 집에도 어느덧 물결과 바람이 신선한 기운을 가지고 쏟아져들어왔다 이렇게 많은 식구들이 아침이면 눈을 부비고 나가서 저녁에 들어
-
[시(詩)와 사색] 마음의 수수밭
마음의 수수밭 천양희 마음이 또 수수밭을 지난다. 머위잎 몇 장 더 얹어 뒤란으로 간다. 저녁만큼 저문 것이 여기 또 있다. 개밥바라기별이 내 눈보다 먼저 땅을 들여다본다 세
-
[시(詩)와 사색] 오이지
오이지 신미나 헤어진 애인이 꿈에 나왔다 물기 좀 짜줘요 오이지를 베로 싸서 줬더니 꼭 눈덩이를 뭉치듯 고들고들하게 물기를 짜서 돌려주었다 꿈속에서도 그런 게 미안했다
-
[시(詩)와 사색] 아름다운 너무나
아름다운 너무나 박라연 우리가 누린 적 있는 눈부신 시간들은 잠시 걸친 옷이나 구두, 가방이었을 것이나 눈부신 만큼 또 어쩔 수 없이 아팠을 것이나 한번쯤은 남루를
-
[시(詩)와 사색] 위험한 가계(家系)·1969
위험한 가계(家系)·1969 기형도 1 그해 늦봄 아버지는 유리병 속에서 알약이 쏟아지듯 힘없이 쓰러지셨다. 여름 내내 그는 죽만 먹었다. 올해엔 김장을 조금 덜 해도 되겠구
-
[시(詩)와 사색] 흰 부추꽃으로
흰 부추꽃으로 박남준 몸이 서툴다 사는 일이 늘 그렇다 나무를 하다보면 자주 손등이나 다리 어디 찢기고 긁혀 돌아오는 길이 절뚝거린다 하루 해가 저문다 비로소 어둠이 고요한
-
[시(詩)와 사색] 유일한 계획
유일한 계획 김용택 이사를 가면 개를 키우겠다. 큰물이 나가면 물가에 나란히 앉아 물구경하다가 아내가 마당에 서서 밥 먹자고 부르면 귀를 쫑긋 세우고 나보다 먼저
-
[시(詩)와 사색] 늙어가는 아내에게
늙어가는 아내에게 황지우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어 그냥 서로를 사는
-
[시(詩)와 사색] 늙어가는 아내에게
늙어가는 아내에게 황지우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어 그냥 서로를 사는
-
“버스 운행할수록 손해, 만년 적자” 사면초가 ‘시민의 발’ 마을버스
━ 위기의 서울 마을버스 마을버스. [뉴시스] “어떨 때는 20분을 기다려도 버스가 안 오는데, 집에 가려면 마을버스밖에 방법이 없어. 한 정거장 걷기도 힘드니 그냥 기다
-
[시(詩)와 사색] 강
강 황인숙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비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
-
서울시립대,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와 업무협약 체결
서울시립대학교(총장:원용걸)가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사장:이강훈)와27일,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 주요 내용은▴해외 인프라 사업 발굴을 위한 협력 추진▴교육 프로그램,
-
[시(詩)와 사색] 발 없는 새
발 없는 새 이제니 청춘은 다 고아지. 새벽이슬을 맞고 허공에 얼굴을 묻을 때 바람은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지. 이제 우리 어디로 갈까. 이제 우리 무엇을 할까. 어디든 어디든
-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 2023년 운영계획 및 드라이버 라인업 발표"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 2023년 운영계획 및 드라이버 라인업 발표 국내를 넘어 글로벌 무대에 도전 중인 대한민국 모터스포츠 명가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이 2023년 운영계획과
-
[시(詩)와 사색] 눈물의 중력
눈물의 중력 신철규 십자가는 높은 곳에 있고 밤은 달을 거대한 숟가락으로 파먹는다 한 사람이 엎드려서 울고 있다 눈물이 땅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으려고 흐르는 눈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