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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와 사색] 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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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8호 30면


신경림

나이 들어 눈 어두우니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서울 하늘에 별이 보인다

하늘에 별이 보이니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고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니
사람들 사이에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탁한 하늘에 별이 보인다
눈 밝아 보이지 않던 별이 보인다
『사진관집 이층』 (창비 2014)

엄밀하게 말하자면 우리가 보는 것은 별이 아니라 별빛입니다.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이 지닌 것들입니다. 밤하늘 가장 빛나는 별에 시선이 가닿고 상대가 가지고 있는 면모들로 마음이 움직입니다. 이러한 삶의 시간이 쌓이고 흐르다 보면 어느덧 자연스레 눈앞이 흐려집니다. 다만 이 흐려지는 일이 마냥 나쁜 것이 아니라 여깁니다. 하나로 고정되어 있던 시선을 거두고 그간 살피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니까요. 넓어진다고도, 공평해진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제야 우리에게 대상 그 자체를 온전히 바라보는 능력이 생기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박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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