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밀꽃
소설 ‘메밀꽃 필 무렵’으로 유명해진 강원도 봉평의 메밀꽃 축제가 히트를 치면서 메밀밭이 전국으로 퍼졌습니다. 우리 지리산 하동, 북천마을도 비켜가진 못했습니다. 벼농사보다는 논
-
[PHOTO ESSAY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무딤이 들판이 추석을 맞이합니다. 고향 떠난 이들이 돌아와 어머니가 차려 준 차지고 기름진 밥상을 받고 행복을 만끽할 겁니다. 누렇게 익어 풍성한 들판은 농부의 노고에 의해 드러
-
새벽
물바람이 물안개 속을 거닐고 지나갑니다. 물보라 일으키는 여울로 다가갑니다. 물소리조차 갓밝이 세상에서는 고요합니다. 서늘한 가을 강, 시린 아침입니다. 지나가는 새도, 가끔 보
-
[letter] 세종시 논란의 허실 따지고 또 따져봐야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의 세종시와 관련한 발언(이미 사업이 시작된 만큼 원점으로되돌리기는 어렵지만 원안을 수정해 추진해야 한다)을 계기로 세종시를 둘러싼 논란이 정국의 최대 쟁점으
-
마음정렬
뜨거운 햇빛이 가을 문턱을 넘었습니다. 회남재를 지나 산청 대원사에 나들이 갔습니다. 계곡바람은 할 일 없는 걸음걸이를 즐기기에 맞춤했습니다. 계곡이 유명한 대원사는 비구니 참선
-
母子 山行
새벽부터 나선 길이 제법 상큼하게 쌀쌀합니다. 힘들지만 의미 있는 길을 가는 母子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씩씩한 엄마와 쑥스러워 하는 아들입니다. 뒤로 지리산 천왕봉이 보입니다.
-
피 뽑기
풍성한 에너지를 쏟아내는 햇살이 농부의 등을 달구고 유난히 챙이 큰 밀짚모자는 농부의 얼굴을 식힙니다. 첫새벽부터 바쁜 손놀림이 늦은 아침까지 이어집니다. 젊은 놈은 논두렁에 걸
-
벼꽃
아직 빳빳합니다. 고개 숙일 수 없습니다. 익지 않은 놈은 사람이나 벼나 어깨에 힘이 들어있게 마련입니다. 사람은 언제 익어 숙일지 알 수 없지만 벼는 때가 되면 익어 숙입니다.
-
盡
변화는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실상입니다. 빗줄기 장막으로 세상을 덮던 비구름이 깨졌습니다. 성냄을 다하고 제 몸을 갈라 세상을 열었습니다. 숲 속 풀과 나무들도 쌓인 물기를 뿜
-
뱃길
그들은 새벽부터 갯바위에서 긴 낚싯대를 바다에 처박고 온종일 울렁거리는 바람을 맞고 있습니다. 노고를 치하하는 마음으로 식량 공급에 따라나섰습니다. 꼼짝없이 꼼짝 못하는 갯바위에
-
生死
출중한 거미의 실 뽑기 기술에 걸린 잠자리가 누에고치처럼 둘둘 말려 황천길로 갑니다. 아군이 아군을 잡아먹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사람의 입장에서는 거미도, 잠자리도 모기와의 전
-
시간
완벽한 여름입니다. 햇빛과 비구름의 왕성한 기운에 산의 녹음도, 강의 흐름도 깊어졌습니다. 깊어진 여름날, 이른 아침에 나섰습니다. 아침 걸음은 생각이 비어 있습니다. 계곡이 너
-
빗속의 종소리
여름비가 오락가락하는 날, 지리산학교 사진반 학생들과 화엄사에 갔습니다. 비가 와도 가자는 강력한 주장에 나선 ‘우중출사’입니다. 화엄사는 각황전과 네 마리 사자조각이 받든 삼층
-
토란잎 우산
올해 장마가 간단치 않습니다. 장마전선이 남북으로 오르내리면서 고루 비를 뿌립니다. 도시에 살 때는 꿉꿉한 장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산중에 사는 지금은 절실할 때가 있습니다
-
낮흔적
해는 이미 산을 넘었습니다. 붉은빛 구름도 어둑하게 무거워진 하늘에서 흐려져 갑니다. 왕성했던 오늘 흔적을 어둠이 덮으려 합니다. 스러져가는 마음에 한 점 달빛이 새겨집니다. 어
-
農心
구례에 있는 친구 집에 가다가 우연히 본 풍경입니다. 저쪽에 굴삭기도 있는 것을 보니 무슨 공사를 하려고 황토 흙을 퍼다 놓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퍼다 놓은 흙무더기에 두둑을
-
모내기
모내기의 마지막 손질이 바쁜 논은 연둣빛 호수입니다. 한 손 한 손 못줄에 맞춰 깊지도, 얕지도 않은 적절함이 농부의 공력입니다. 좁은 논두렁 길 따라 뒤뚱이는 걸음을 걸어도 연
-
숲길
숲의 틈. 집 앞에서 이어지는 형제봉 등산로를 살짝 벗어나면 대밭 길과 솔밭 길이, 훌륭한 나만의 숲길이 있습니다. 풀과 나무들의 광합성 작업이 왕성한 정오 언저리에는 숲의 향이
-
잔치
악양 사는 이유가 이렇습니다. 41회 악양면 경로 위안잔치가 초등학교 강당에서 조촐하지만 성대하게 열렸습니다. 요즘 보리타작에, 못자리 내기, 매실 수확까지 겹친 바쁜 농번기입니
-
할미꽃 앞에 무릎 꿇다
할미꽃이 햇살에 빛납니다. 봄을 알리는 할미꽃이 초여름 날, 마지막 꽃을 피웠습니다. 다 피워 고개 숙인 꽃과 한 키를 더 올려 흰 수염을 단 열매, 그리고 그 흰 수염마저 털어
-
신선대능선
뒷산에 올랐습니다. 해발 1150m를 자랑하는 형제봉입니다. ‘빡세게’ 치고 오르면 정상에서는 섬진강을 바라보며 내리막 능선 길로 산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잡나무 우거진 능선
-
여명
빛이 산 뒤편에서 아직 넘어오지 않은 시간입니다. 900m 높이를 자랑하는 칠선봉 능선이 한 뼘 깊이의 비어 있는 논에 자리했습니다. 논에 비친 산 그림자가 아름답습니다. 해 뜨
-
숲 속 학교
지리산학교 선생들이 하동 야생차 축제에서 작품전을 열었습니다. 지리산학교는 악양 지역에 사는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만든, 열린 학교입니다.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주민 스스로
-
자운영
‘자운영(紫雲英)’. 부처가 타고 다닌다는 붉은 구름이 꽃 되어 논바닥에 깔렸습니다. 꽃 이름치고 이만큼 예쁜 이름도 드문 듯합니다. 촉촉한 아침 이슬 머무른 꽃망울에 햇살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