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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길 산책] 골짜기마다 산불난듯 피어오르는 안개
닭울음에 놀라 단잠을 깨니 밖이 벌써 번하다. 휴가를 맞아 식구들과 함께 자정이 넘도록 쏘다니길 며칠째, 느지막이 잠자리에 들어 제법 곤할 법도 한데 가뿐하다. 공기 탓일까,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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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길 산책] 솥단지 걸어놓고 천렵하던 그 여름날
월복(越伏)이 끼면 늦더위가 있다더니 말복이 지난 지 일주일이 넘었는데 아직도 한밤중까지 땀을 쥐어짜대는 날씨가 야속하기만 하다. '베란다엔 머루가 까맣게 송글송글 익어가고,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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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길 산책] 신북면 금동·갈월리
장마끝 하늘엔 뭉게구름이 초가을 흉내를 내는데 말복을 앞둔 더위가 단말마 악다구니를 쓰느라 바람 한점 허용치 않고 나그네 숨통을 조인다. 얼마를 헐떡였을까, 일곱굽이 칠월이 고갯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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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길 산책] 가난 짙게 밴 홍난파 생가
숲속으로 난 오솔길 옆 사시나무가 무더위를 떨쳐버리려는 듯 바람기도 별로 없는데 파르르 떤다. 칡넝쿨의 상큼한 냄새에 정신을 맑혀가며 여기저기 핀 으아리.나리꽃을 눈길로 밟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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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길 산책] '쑥쑥쑥' 자라는 벼포기들
초복을 앞둔 성하의 불볕에 바람도 녹은 듯 풀잎 하나 까딱하지 않고 벌레들마저 숨을 죽인 채 헐떡이고 있다. 온다 온다 하는 비는 소식도 없고 포장된 행길을 조금만 벗어나면 여지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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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길 산책] '쑥쑥쑥' 자라는 벼포기들
초복을 앞둔 성하의 불볕에 바람도 녹은 듯 풀잎 하나 까딱하지 않고 벌레들마저 숨을 죽인 채 헐떡이고 있다. 온다 온다 하는 비는 소식도 없고 포장된 행길을 조금만 벗어나면 여지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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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길 산책] 파주시 파평면 장파리
사람의 심사란 참 묘하다. 매년 이맘때 이곳 임진강변(파주시 파평면 장파리)에 서면 그리 슬퍼보이던 하늘빛이, 남북간 분위기 때문인지 뭔가 한바탕 쏟아낼 것만 같이 잔뜩 찌푸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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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길 산책] 강원도 벌새터마을
강원도 가는 길은 언제나 즐겁다. 때가 덜 탄 산과 물과 바람과, 그리고 사람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짙을 대로 짙어진 녹음 하며 대지를 달구는 태양의 솜씨가 이미 한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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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길 산책] 처마밑 제비식구들
눈석이에 버들개지가 눈을 뜬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아카시아꽃 향이 짙어지고 날리는 송홧가루에 봄이 스러지고 있다. 들판마다 모내기가 끝나가고 있는 걸 보면 강남갔던 제비가 반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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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길 산책] 사라져가는 '인우지정'
인삼으로 떠르르한 금산에서도 남이면은 두메중 두메다. 읍내에서 개삼(開蔘)터가 있는 진락산 수레너미재를 넘어 오리를 넉넉하게 가다보면 상금 삼거리가 나오고, 다시 오른쪽으로 십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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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길 산책] 전곡~문산길 진달래 꽃
한탄강너머 전곡에서 문산을 향해 백학으로 가는 고갯길은 38이북이라 그런지 사뭇 호젓하다. 인근 파주땅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오가는 길목마다 석회가루가 분분한데 이같은 정을 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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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길 산책] 경기도 양평군… 양수리
올들어 부쩍 언제쯤이면 물이 동나느니, 그래서 어떤 고초를 겪게 되느니 물타령이 한창인데다 아침이 하 좋다기에 얼마를 별러 이곳에 왔다. 여기는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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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길 산책] 사라져가는 희미한 기억들
경기도 가평읍에서 사창리로 넘어가는 길은 봄이 늦다. 아랫녘에선 꽃소식이 전해진지 이미 여러날 됐지만 길을 따라 흐르는 개울에는 아직도 얼음이 서걱서걱하고 산자락 후미진 곳엔 너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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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길 산책] 정겨운 나물타령
바람이 아직도 가슴팍을 파고드는 품이 기생첩년 뺨친다. 요샌 한겨울에도 무.배추 등 푸성귀는 물론 수박.딸기 등 과일에 이르기까지 먹을 거리가 넉넉하지만 그래도 이때쯤이면 깔깔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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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길 산책] 찌든 삶에 활력을 주는 길
요즘 도시에 살다 보면 인터넷이다, 코스닥이다 하는 도깨비들(?)에 혼을 빼앗기고 있는 판에 총선이란 놈까지 덤벼들어 온통 넋을 잃을 지경이다. 대동강물도 풀린다는 우수가 10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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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건국50주년] 5. 농가 생산책임제
늦더위가 남아 있던 지난 4일. 베이징 (北京) 역에서 남으로 달린 기차는 12시간만에 안후이 (安徽) 성의 성도 (省都) 허페이 (合肥)에 도착했다. 승용차로 바꿔타고 3시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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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서 완전히 벗어난 휴가여행 그리워
내가 어렸을 때 우리 가족은 여름마다 펜실베이니아州에 있는 아버지 고향 친척들을 찾아가 휴가를 보냈다.우리는 으레 새벽녘에 시카고를 출발했는데 두 남동생과 나는 언제나 아버지가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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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온양서 유구가는길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여태 몰랐구나….』충남온양시에서 공주군유구면으로 향하는 고즈넉한 시골길을 처음 달려본 사람은 이렇게 말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다.은근하면서 푸근한 가슴을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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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만큼 넉넉한 휴식 |낙조 호반워옌 추억이 숨쉬고…
가을 문턱을 넘어서면서 소슬바람이 일고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가 하면 뒷산엔 들국화등 가을꽃 향기가 그윽하다. 여름내내 무더위와 장마에 찌들었던 생활을 털어버리고 자녀들과 함께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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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한 해변보다 호젓한 시골길을"|공부에 쫓기던 심신, 느긋하게 놔두자| 과중한 방학일과표는 오히려 역효과
여름은 사랍을 지치게 만든다. 특히 도시생활은 짜증스럽다. 탁한 공기, 거리에 넘치는 사람들, 살인적인 폭염, 정말 어디로든지 도망가지 않고는 못 배겨날 것만 같다. 방학을 맞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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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중앙문예」단편소설 당선작|빛깔과 냄새
외마디 신음이 터져 나왔다. 운경이가 대학을 갓 들어갔을 무렵, 서울 친구를 따라 명동 구경을 나왔던 어느 날, 「딸라 골목」을 지나는데 사람들이 어찌나 많던지 밀리고 밀리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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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나
겨우내 얼어붙었던 마음들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면서 앞산 밑 강변에는 벌써 봄소식의 버들개지가 움트기 시작했다. 이렇게 따스한 봄내음이 스믈스믈 스며올 때면 왠지 나의 방랑벽은 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