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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사진전문기자의네모세상] 하동 악양 들판
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하동 평사리에서 내려다본 악양 들판엔 보리가 너울 춤춘다. 한껏 웃자란 보리가 바람의 장단을 타며 연초록을 물결처럼 퍼뜨리니 이내 길손도 초록에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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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사진전문기자의네모세상] 함초롬 삼총사
도시의 보도블록 틈새를 비집고 뿌리 내린 제비꽃이 기어이 보랏빛 꽃봉오리를 내밀었다. 땅바닥 살필 일 없는 사람들의 발길에 차이면서도 어찌 그리 소담한 꽃을 피웠을까. 시골길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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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사진전문기자의네모세상] 경북 영덕군 지품면 삼화리
산이 온통 울긋불긋하여 오르니 복사꽃 천지다. 새색시 볼처럼 볼그레한 복사꽃에 어지럼증이 도지는데, 오죽하면 화사한 그 빛깔을 도색(桃色)이라 하고 넘치는 정분을 도화살(桃花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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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사진전문기자의네모세상] 진주 대평면 실개천
아흔아홉 굽이 돌 듯 휘돌아 흐르는 실개천과 마주하자 잊고 살았던 시 한 편이 절로 스칩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로 시작하는 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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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사진전문기자의네모세상] 거제 지심도
간밤에 내린 비를 속절없이 맞던 동백꽃이 오롯이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20m는 족히 넘을 아름드리 고목이 피운 꽃도 자연의 조화를 거스르지 못하나 보다. 시들지도 않은 채 온몸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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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사진전문기자의네모세상] 전남 구례 산동
잎 하나 없는 매끈한 가지마다 튀밥처럼 꽃이 터지자 시리도록 샛노란 빛이 꽃불처럼 터진다. 아랫마을 윗마을 가릴 것 없이, 올망졸망한 돌담은 물론 뒤뜰 장독대와 마을 앞 실개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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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사진전문기자의네모세상] 낙산사 복수초
낙산사로 오르는 길 내내 '어허'라는 탄식이 절로 납니다. 잔인한 4월이라 했던가요. 지난해 4월 화마의 흔적은 참혹합니다. 여기저기 너부러진 숯 덩이와 밑동만 남은 숯 검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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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사진전문기자의네모세상] 남해 가천 다랭이 마을 다랑논
남해도 끝자락 바다와 마주한 가천 '다랭이 마을'엔 봄 기운이 한껏 올랐다. '한국의 마추픽추'인 듯 산비탈에 곧추 서 아득히 층을 이룬 다랑논엔 겨우내 꿋꿋이 자란 마늘이 푸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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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사진전문기자의네모세상] 여수만 무슬목
"무시로 드나드는 파도와 몽돌이 만들어 내는 화음을 들어 보세요. 한낱 자연의 돌멩이지만 여명에 신비한 빛으로 물드는 모습이 꿈결 같습니다. 어느 날엔 바닷가의 돌멩이로 그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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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사진전문기자의네모세상] 동백아, 너 본 지 오래구나
"아따 어찌 저리도 붉다냐. 이녁 가슴 다 태우려고 피었다냐. 집 나가 삼 년 만에 돌아온 서방보다 더 반갑소 잉." 막 꽃망울을 터트린 동백꽃에 지절대는 남도 아낙들의 입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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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사진전문기자의네모세상] 경주 배리 삼릉 소나무 숲
천년 역사의 숨결을 품은 경주 남산의 서쪽 기슭 들머리. 삼릉을 호위하듯 에워 선 소나무 숲은 신비한 기운이 감돈다. 빛조차 쉽게 들어서지 못할 만큼 빼곡한 소나무들은 그 생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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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사진전문기자의네모세상] 통영 판데목
바다의 새벽을 깨우듯 여남은 척 조각배가 까불까불 바다를 흔든다. 갈퀴 단 대여섯 발 긴 장대를 물밑 바닥 깊이 집어넣고 어깨에 걸어 일렁일렁 훑어 바지락을 끌어올린다. 한려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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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사진전문기자의네모세상] 평창 기화천의 새벽
펄펄 끓는 무쇠 솥에서 김 나듯 졸졸 흐르는 개천에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강바닥에 듬성듬성 박혀 있는 강돌은 막 익은 고구마처럼 안개 속에서 거뭇거뭇 모습을 드러내고 밤새 언 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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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사진전문기자의네모세상] 울산바위
아흔아홉 구비 미시령고개 너머 하늘을 우러른 울산바위에 동해의 햇살이 깃든다. 치마폭처럼 펼쳐진 능선이 울산바위를 감싸 안았다. 그 능선에 빼곡 들어선 겨울나무가 오롯이 물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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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사진전문기자의네모세상] 해남 월동배추
엄동설한이지만 땅 끝 해남의 들녘엔 월동배추 수확이 한창이다. 황토 구릉 밭자락엔 배추가 너르게 펼쳐졌고, 아낙들이 고랑을 따라 누렇게 얼은 겉잎을 훑어 나가면 배추의 파릇한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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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사진전문기자의네모세상] 봉화 내성천의 겨울 아이들
올 겨울 추위 참 매섭다. 닷새 만에 들어서는 봉화 장날, 여느 때면 북적거릴 저잣거리도 스산한 바람만 요란할 뿐이다. 그나마 장 나들이 나선 봉화 아낙들은 목도리로 얼굴을 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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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사진전문기자의네모세상] 까치밥
눈 내려 하늘마저 하얀 날이라 발갛게 익은 감이 먼발치서도 아른거린다. 겨울 까치를 위해 남겨두는 까치밥이야 서너 개쯤이면 넉넉할 터인데, 아예 따지도 않은 듯 주렁주렁 매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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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사진전문기자의네모세상] 영월 주천 섶다리
겨울방학을 맞은 아홉 살 꼬맹이가 한달음에 외가댁으로 달려갑니다. 막둥이 외삼촌을 졸라 산토끼도 잡고 장독만 한 눈사람도 만들 요량입니다. 마음이 너무 앞선 탓일까요. 사립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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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사진전문기자의네모세상] 내소사 가는 길
십여 일 이상 오락가락한 눈에 전북 부안 내소사 가는 길은 온통 눈 세상이다. 어른 여남은 사람을 이어도 그 끝에 이를 수 없을 만큼 시원스레 뻗은 전나무 숲의 푸름은 흰 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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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사진전문기자의네모세상] 덕유산 상고대
겨울 덕유산에 꽃이 핀다. 가파른 능선을 넘나들며 온 산을 휘도는 안개가 나무며 바위며 마른 풀포기에조차 그대로 얼어붙어 희디흰 꽃으로 피어난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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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사진전문기자의네모세상] 물안개 피는 북한강
강물은 그저 바다로 흐르는 줄만 알았다. 금강산에서부터 파로호.의암호.청평호를 거쳐 한강에 이르는 북한강을 거슬러 오른 뒤에야 강물이 꾸는 또 다른 꿈을 알게 되었다. 본디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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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사진전문기자의네모세상] 바다는 밤에 눈 뜬다
수평선과 하늘이 맞닿은 동쪽바다 아득히 멀리 어화(漁火)가 휘영청 피어오른다. 어둠이 짙어 갈수록 화사함을 더하는 고깃배의 집어등 불빛. 물 위에서 너울대는 불빛의 정취를 못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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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사진전문기자의네모세상] 천수만
수십만마리의 새가 수면을 박차고 한순간에 튀어 오른다. 회오리바람 일듯 치솟아 하늘을 휘도는 가창오리의 군무(群舞).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 중 이만큼 가슴을 뛰게 하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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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사진전문기자의네모세상] 순천만 대대포구
HASSELBLAD, X-pan, 45mm, F8, 1분, ISO50 순천만 모퉁이 대대포구에 달빛이 내려앉았다. 여남은 척 남짓의 배,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갈대평원과 갈꽃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