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축하전보 양식 멋대로 바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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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9일은 결혼 10주년 기념일이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여러 이벤트 업체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화려한 기념식을 열어주겠다"는 제의를 했다.

하지만 내 손으로 직접 준비하는 것이 비록 작은 선물일지라도 더욱 기억에 남을 것이라는 생각에 H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전화신청 전보를 보내기로 했다. 신청 이틀 후 아내가 "전보 잘 받았다"며 고맙다고 전화를 해왔다.

그런데 퇴근 후 집에서 아내가 건넨 전보는 내가 신청했던 것과는 양식이 전혀 다른 것이었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마음은 전했지만 당초 계획대로 되지 않은 것이 섭섭해 H사에 항의를 했다. 그러자 직원은 "신청한 카드가 품절이 되는 바람에 다른 카드를 보냈다"고 대답했다.

물론 특정 양식이 인기가 높아 품절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 신청한 고객에게 발송 전에 전화를 걸어 다른 양식을 선택하도록 기회를 주거나 최소한 양해라도 구해야 하는 것이 일의 순서가 아닐까.

중요한 기념일을 맞은 고객들을 상대로 사업을 하는 업체가 그런 고객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웠다.

장승봉.서울 동작구 상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