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대변인 역할 하고 있어요"

중앙일보

입력

"진행자라기보다는 며느리나 친딸처럼…."

EBS의 노인 대상 프로그램인 '굿모닝 실버' (월~금 오전 6시50분) 의 여성 진행자 안지형(35.사진) 씨가 지난 4월 이 프로그램을 맡은 뒤 늘 머리속에 담고 사는 좌우명이다.

참신한 기획으로 노년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굿모닝 실버' 의 인기 비결에는 뽀빠이 이상용씨와 함께 나긋나긋한 말솜씨로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포근하게 끌고 있는 안씨의 진행 솜씨를 빼놓을 수 없다.

초등학교 3.4학년인 연년생 아들.딸을 둔 안씨는 청년층과 노년층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허리층에 속한다. 그렇지만 안씨 자신도 노인 대상 프로그램을 맡으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시대가 많이 변해 효의 개념도 달라졌다고 말하는 건 젊은이들의 이기적인 생각인 것 같아요. 노인분들은 여전히 존경받고 싶어하죠. 무엇보다 제일 절실한 건 대화하고 싶어 하는 욕구를 풀어드리는 거죠. "

그러면서 그는 20대 초반에 KBS의 노인 프로 '언제나 젊음' 의 코너를 진행할 때 가졌던 생각이 참 어리석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 당시 노인분들에게 미팅을 시켜드리는 내용이 있었어요. '저 나이에도 미팅하고 싶을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저도 아이들 키우고 나이가 드니까 이해가 되더라구요. 노인분들도 이성에 관심있고, 좋아하는 음식도 있고, 미래의 꿈도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느껴가고 있지요. "

특히 90세인 시할머니께서 TV모니터 요원처럼 이런 것은 좋고 저런 것은 안좋더라는 식으로 꼼꼼하게 비평해 주는 게 개인적인 기쁨이라고 한다.

안씨의 부모님이나 시부모님 모두 이 프로그램을 즐겨보는데 "노인들이라고 새벽잠 없어 새벽같이 일어나 TV 보는 줄 아니□" 라며 편성 시간대의 문제점을 지적할 땐 괜히 얼굴을 들지 못하게 된다고 했다.

그가 이 프로그램을 맡게 된 것은 EBS 제작진이 요즘 시대의 전형적인 며느리상으로 안씨를 선정했기 때문. 모든 것을 감내하는 순종형 며느리가 아니라 애교도 많고 할 말을 요령있게 하면서 고부간의 갈등을 실타래 풀듯 자연스레 해결할 줄 아는 그런 명민한 며느리상 말이다.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한 안씨는 1988년 KBS '가정저널' 리포터를 시작으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 MBC '피자의 아침' 등을 거쳤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