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치 테마주 투자의 끝은 비참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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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안철수씨의 대선후보 사퇴로 대선정국이 요동치면서 증시에서도 이른바 정치 테마주들의 부침이 극심하다고 한다. 특히 후보직을 사퇴한 안철수 후보와 관련된 테마주가 무더기로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하루 사이에 시가총액 약 1300억원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대표적인 안철수 테마주였던 안랩과 미래산업, 써니전자 등 9개 종목의 주가가 하한가까지 떨어졌으며, 그동안 안철수 테마주로 거론됐던 38개 종목을 다 합치면 지난 주말에 비해 주가가 5.25% 하락했다고 한다.

 사실 대선과 관련된 정치 테마주라는 것이 어차피 대선이 끝나면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안철수씨의 급작스러운 사퇴로 하락 시기가 앞당겨지고 하락폭도 커진 것이다. 이 바람에 증시에선 안철수 테마주에 투자했다 큰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들의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가격 제한폭까지 떨어진 안철수 테마주들의 주가는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기업실적과 무관하게 주가가 올랐던 만큼 테마가 사라지고 난 이상 오른 주가를 유지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치 테마주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와 감독당국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치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이다. 안철수 테마주가 급락한 26일에도 박근혜·문재인 후보와 관련된 테마주들은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우리 증시가 아직도 대선 판도의 변화에 따라 특정 대통령 후보와 관련된 테마주가 춤추는 전근대적인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정치 테마주는 특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그 후보와 관련된 회사가 큰 덕을 볼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가정에 기초한다. 이런 근거 없는 루머에 동조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정치 테마주가 횡행할 여지는 커진다.

 금융감독 당국은 앞으로 정치 테마주가 설치지 못하도록 감시와 단속을 강화하고, 투자자들이 왜곡된 투자행태에 휩쓸리지 않도록 적극 계도해야 한다. 무엇보다 투자자들 스스로가 이런 정치 테마주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안철수 테마주의 몰락은 정치 테마주 투자의 말로를 여실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