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선진화포럼 토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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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26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한국선진화포럼에서 토론자들이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를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오른쪽부터 남덕우 전 총리, 이승윤 전 경제부총리,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진념 전 경제부총리,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 김덕중 전 교육부 장관,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 [김성룡 기자]

“재벌 개혁 문제는 한국 경제의 기본 틀을 바꾸는 중대한 일이다. 과열된 선거 분위기에서 경쟁적으로 재벌을 때리는 경제 민주화 공약이 경제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이승윤 전 경제부총리) “(지금대로라면) 국민연금은 2060년께 고갈된다. 복지정책이란 일단 시행되면 줄일 수 없다. 사람들은 4대 강 관련 정책을 비판하지만, 그 부담은 단기에 그친다.”(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국가 원로들이 새 대통령이 될 인물들에게 조언을 쏟아냈다. 26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대학생과의 대화: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를 주제로 열린 한국선진화포럼(이사장 남덕우) 월례토론회에서다.

토론회에는 남덕우 전 국무총리, 이승윤 전 경제부총리, 진념 전 경제부총리, 이종찬 전 국정원장,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 김덕중 전 교육부 장관, 최종찬 전 건교부 장관 등 원로 7명과 대학생 200여 명이 참석했다.

 연사로 나선 이승윤 전 부총리는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재벌 개혁론이 감정을 앞세운 ‘마녀사냥’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경제 발전 과정에 대한 역사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날 우리가 경제 성장의 핵심요소로 간주한 것은 효율성이었고, 재벌이란 짧은 시간에 선택과 집중이라는 압축 성장을 위해 추진해 온 한 측면이란 얘기였다. 그는 “그 결과 오늘날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와 삼성·현대차 같은 국가적 브랜드를 갖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어 “효율성 추구는 경쟁 체제를 강화하지만 계층 간 불평등 문제가 파생된다”며 “진짜 과제는 재벌이 낳은 불평등 구조를 어떻게 해소할까 하는 것이지 대기업을 해체하자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선거과정에서 복지정책 확대 움직임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용만 전 장관은 “정당들이 경쟁적으로 편성하겠다는 복지 예산 공약대로라면 그 규모는 현재 재정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대통령은 많은 기대를 걸머지고 무대에 올랐다가도 비웃음을 받으며 퇴장하는 직업”이라며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든, 굳건한 안보의식을 바탕으로 청소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든 하나만이라도 딱부러지게 일궈낼 믿음직한 지도자를 원한다”고 말했다.

 급변하는 세계 정세에 주목해야 한다는 충고도 있었다. 이종찬 전 국정원장은 “미국 정책의 중심이 아시아로 바뀌고 있다(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며 “지난 정부에서 중단된 6자회담을 활성화해야 하고 안보를 더 공고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념 전 부총리는 “앞으로 5년은 안팎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며 “새 대통령은 지역·정파를 초월해 정부를 구성하고 사회를 통합해야 한다”고 했다.

 취업을 위한 지나친 스펙 쌓기와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의 낭비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김덕중 전 장관은 “대학이 스펙 쌓기를 위해 가는 곳이 아니라 하고 싶은 공부를 하기 위해 가는 곳이 되도록 교육제도의 틀을 바꿀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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