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캔→생맥주 맥주 3차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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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OB맥주는 서울 서초동 본사 1층에 일반인들의 생맥주 업소 창업을 돕는 '맥주대학(비어 유니버시티)'을 열었다. 이 곳에서는 매주 두차례 일반인을 상대로 생맥주 전문점 창업교육을 무료로 실시한다. OB는 이 맥주대학을 활용해 'OB 생맥주'의 품질 홍보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

OB가 이같은 방법으로 자사 생맥주에 대한 이미지 제고에 나서자 하이트맥주도 반격에 나섰다. 하이트맥주는 지난 8일부터 서울 청담동 본사에서 생맥주 업소 예비창업자와 기존 운영자를 대상으로 창업전문 교육과정인 '하이트 아카데미'를 개설했다.

맥주업체간 '마케팅 전쟁'이 기존 병.캔 맥주에 이어 생맥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캔 또는 병맥주만 마시는 장면이 삽입됐던 TV 광고에 생맥주 마시는 장면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또한 병.캔맥주에만 있던 유통기한 표시제가 생맥주에도 도입됐다.

생맥주 전쟁에 불을 당긴 곳은 OB다. OB는 '생맥주 품질 최우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2년간 총 75억원을 투자해 이천공장 생맥주 라인에 최신 설비를 도입하고, 세척라인을 전면 교체했다. 특히 품질 유지를 위해 '2개월 신선도 유지 유통기한 표시'를 업계 최초로 시도했다.

OB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직영 프랜차이즈 생맥주 전문점(오베로.하이오비.오비파크 등)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한편 다양한 판촉활동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현재 맥주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하이트는 OB의 공세에 맞대응해 나가면서도, 병.캔 시장에서의 우위를 유지하는데 중점을 두겠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하이트는 지난해 출시한 1백% 보리맥주 등을 중심으로 병.캔 제품의 구성을 다양화하고 있다. 또 '마신량을 알려 주는 캔'등 새로운 용기 개발을 통한 마케팅에 신경을 쓰고 있다.

하이트 관계자는 "전체 맥주시장에서 생맥주의 비중은 20~25%정도로 아직까지 병.캔맥주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관련 체인점(하이트 클래스.비어플러스.백두대간 등)과 마케팅 협력을 통해 생맥주 시장 확대에도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와 OB가 이 같은 전략 차이를 보이는 것은 맥주시장에서 양사의 시장 점유율 때문이다. 전체 맥주시장에서 하이트와 OB는 56대 44의 비중(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하이트가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병.캔을 뺀 생맥주 시장에서는 사정이 달라진다. OB맥주 관계자는 "생맥주시장에서는 OB가 점유율 59%로 하이트를 앞서고 있다"며 "시장 1위 탈환의 발판을 생맥주에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수치에서 차이는 있지만 하이트도 생맥주 시장에서의 열세를 인정한다. 하이트 관계자는 "생맥주는 일반인이 아닌 업소를 상대로한 영업이라 원래 2위업체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법"이라며 "과거 조선맥주 시절 우리가 전체 2위였을때도 생맥주에서는 OB를 앞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맥주 마케팅 전쟁이 앞으로도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본다. 지난해 맥주시장의 성장률이 3% 내외에 그쳤고 올해 성장률도 5%정도로 추정되는 등 성장 둔화현상이 뚜렷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양사는 생존을 위해서는 경쟁사가 차지하고 있는 시장을 뺏어 올 수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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