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등하던 아파트값 조정 장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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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사야 할지 기다려야 할지, 소비자들은 고민이 많다.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집값이 계속 오르느냐, 아니면 경기 침체에 짓눌려 뒷걸음치느냐, 도대체 감을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집값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오름 폭은 둔화하고 있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값이 전주에 비해 0.43% 올랐으나 서울지역 아파트시세를 주도하는 강남.강동.서초구 등지의 상승폭은 평균치를 밑돌았다.

상반기부터 오르던 아파트값이 슬슬 조정 장세로 접어들고 있다는 징후다.

문제는 조정의 성격이 추가상승을 위한 숨고르기 인지, 아니면 가격하락 또는 횡보의 신호탄인지 판단이 어렵다는 것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단기 재테크 목적의 구입은 매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부동산은 거래비용(세금.중개수수료.등기비용)이 구입가의 5% 가량 들기 때문에 지금 가격에서 더 오르더라도 큰 차익을 얻기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낸 주택경기 동향 보고서를 통해 "주택시장이 거래가 줄면서 호가만 오르는 불황 초기 단계에 진입할 조짐이 엿보인다" 며 "경기악화로 상승세가 꺾이고 시장이 뒷걸음질칠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고 분석했다.

상반기 집값 상승은 초저금리 시대와 재건축 바람을 타고 투자처를 찾지 못한 여윳돈이 환금성 좋은 아파트로 이동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저금리는 이미 가격에 많이 반영됐고 재건축도 규제강화 방침 이후 재료 구실을 하기 어렵게 됐다.

따라서 앞으로는 경기변동이 집값 움직임에 가장 큰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수석연구위원은 "경제 침체로 구매력이 커지지 않는 상황에서 주택시장만 성장할 수 없다" 며 "실물 경기가 장기침체로 접어들면 거품가격이 형성된 곳은 급락할 수도 있다" 고 진단했다.

서울부동산컨설턴트 정용현 사장은 "집을 사려는 사람은 경기상황을 지켜보다가 가격이 내려가면 조심스럽게 매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고 말했다.

매매와 달리 전세시장의 구조적 수급 불균형은 내년까지는 이어질 전망이다. 월세 전환 추세와 물량 부족이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다만 전셋값 상승 탄력은 둔화할 것 같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월세전환이 피할 수 없는 대세로 보고 있다. 집주인이 높은 이율로 월세를 내놓고, 세입자는 이를 꺼려 전셋집을 찾아다니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월세 이율이 떨어지면 세입자들도 월세를 수용하게 될 것이다.

황성근 기자 hs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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