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일요일 아침] 가을 하늘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98호 29면

가을 하늘

몇 십 년을 두고 가슴에 든 멍이
누구도 모르게 품안고 살았던 멍이
이제 더는 감출 수가 없어
멀건 대낮
하늘에다 대고
어디 한번 보기나 하시라고
답답한 가슴 열어 보였더니
하늘이 그만 놀라시어
내 멍든 가슴을 덥석 안았습니다
온통 시퍼런 가을 하늘이



김형영
1944년 전북 부안 출생. 1966년 <문학춘추> 신인상에 당선. ‘현대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육사시문학상’ 등 수상. 시집 『침묵의 무늬』, 성서 예화집 『내가 찾은 숲 속의 작은 길』 등 출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