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사이버강좌 양만큼 질 못따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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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이 인터넷 강좌만으로 학사자격을 따는 사이버대학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 대학에서도 사이버 강좌 붐이 일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상당수의 대학들이 강좌의 보조수단으로 컴퓨터 통신방식을 도입한 이후 최근 강의의 절반 이상을 컴퓨터만으로 진행하는 사이버 강좌를 개설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다. 연세대.성균관대 등은 전체 강좌의 5~10%를 사이버 강좌로 운영할 정도다.

사이버 강좌에 적극적인 대학들은 새로운 방식에 의한 수업의 효율성 외에 비좁은 강의실 사정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이버 강좌를 도입해 오히려 수업의 질이 떨어지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 사이버강좌 바람=성균관대는 이번 학기에 지난 학기보다 2.4배 증가한 1백26개(전체 강좌의 5%)의 사이버 강좌를 개설했다.

성균관대는 내년까지 사이버 강좌 비율을 1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98년 2학기에 처음으로 사이버 강좌 4개를 개설했던 연세대는 이번 학기에는 그 수가 1백97개(대학원 강좌 50개 포함)로 전체 강좌의 10%에 육박했다. 또 숙명여대는 99년 2학기 4개에서 올해 8개로 늘렸다.

◇ 성과=성균관대 수학과 이상구(李相龜)교수의 사이버 강좌 ''선형대수학'' 은 지난 학기에 이어 이번 학기에도 수강인원 2백명이 일찌감치 마감됐지만 수강신청 변경자가 생길 것을 기대한 50여명의 학생들이 대기 중이다.

李교수 강의의 특징은 사이버 공간의 특성을 활용한 3차원식 강의와 하이퍼링크를 통한 다양한 참고자료 활용이다.

李교수는 "칠판에서 그릴 수 없었던 3차선 그래프 등 각종 그래픽 자료를 다양한 색깔과 모형으로 보여줘 학생들의 이해가 빨랐다" 며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정보의 양도 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고 말했다.

◇ 부작용=대학측의 일방적인 추진이나 교수들의 준비 부족으로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모 대학 사회과학대학 교수는 "논리가 중요한 과목을 컴퓨터로 하다보니 학생들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이 대학의 한 조교(27)는 "사이버 강의를 제대로 진행하려면 교수로서는 종전보다 두세배의 시간이 필요하다" 며 "이 때문에 적지 않은 교수들이 조교를 시켜 교안(敎案)을 만들고 학생들의 질의에 응답하게 하는 등 사실상의 조교강의가 이뤄지고 있다" 고 털어놨다. 사이버 강좌를 위한 여건 미비도 문제다.

D대학 공과대학 한 학생(20)은 "하숙집에 컴퓨터와 전용선이 없고 학교 전산실도 늘 자리가 차있어 PC방을 이용했다" 고 말했다.

손민호.남궁욱.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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