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불신만 키운 증시 엠바고

중앙일보

입력

"시장에 다 알려진 뉴스가 무슨 엠바고(보도유예)란 말이에요?"

개인투자자 金모씨가 지난 4일 주가조작 등의 혐의로 이용호 G&G 회장이 구속된 직후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글이다.

검찰이 이 사건을 과연 온당하게 처리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李씨가 회장으로 있는 삼애인더스의 홈페이지 게시판과 각종 증권 관련 사이트에 "검찰이 수사중인 기업의 주식을 갖고 있었다니…" 라며 허탈감 섞인 글을 많이 올렸다. 구속 소식이 알려진 뒤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국민경제와 증시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며 지난 3일 언론에 엠바고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4일 오전 증권뉴스 사이트들은 이 사건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이날 오전 소폭 떨어졌던 삼애인더스의 주가는 구속 사실이 인터넷에 오르자 10분만에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사자 물량이 아예 나오지도 않아 뒤늦게 소식을 접한 개인투자자들은 발만 동동 굴렸다.

올초부터 보물선 소동으로 삼애인더스는 침체 장에서도 주가가 이상급등해 의혹을 받아왔다. 지난 4월엔 삼애인더스 부도설과 이용호 회장 구속 소문이 나돌자 회사측은 이를 강력하게 부인했다.

이후에도 이 회사는 악소문이 꼬리를 물면서 지난 8월에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 지난 3일엔 평소의 4배가 넘는 4백만주나 거래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눈치 빠른 작전세력들은 이미 8월 하순 무렵 모두 빠져나간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사실 검찰이 발표한 이회장의 혐의내용도 증권가의 공공연한 소문을 확인해 주는 수준에 그쳤다. 검찰이 엠바고를 통해 경제관련 사건의 정보를 통제하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인터넷으로 정보가 초단위로 움직이는 주식시장의 경우 더욱 그렇다.

미국.일본의 검찰은 증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은 은밀하게 수사한 뒤 주식시장이 문을 닫는 오후 3시 이후에 전격적으로 발표한다.

"자꾸 정보를 인위적으로 막으려고 하면 의혹과 불신이 증폭돼 정보를 갖고 장난치는 사람만 늘 뿐입니다. "

검찰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하재식 경제부 기자 angelh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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