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투적인 화면과 대사는 이제 그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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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의 영화제작기술은 'Final Fantasy'에서 아키 로스 박사의 머리카락 한올한올을 실제와 같이 만드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그러나 강산이 바뀌어도 여러번은 변했을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고전적인 스토리나 장면이 계속해서 상투적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아직도 수도 없이 많다.

뭐 창조성의 한계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예전에 다른 영화에서 본 듯한 대사나 구성, 인물 성격이 새 영화에서 보일 때는 은근히 짜증까지 나는 것 또한 사실이다.

1주일마다 새 영화가 수도 없이 쏟아지는 미국 극장가를 찾는 관객들은 최근 '더이상 보고 싶지 않은 상투적인 장면'을 선정했다.
연예전문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 실린 장면을 찬찬히 뜯어보면 헐리우드 영화를 적지 않게 보고 있는 우리 영화팬들도 상당부분 공감이 갈 것.

▶상투적이라고 비판받는 장면 중 첫 번째는 버디 영화에서 형사등 백인이 흑인 파트너로부터 힙합 춤을 추는 방법이나 약간 행동을 '저질'로 하는 것을 배우는 것. 이때는 주로 닐 다이아몬드의 '시카고'가 주로 배경으로 흐른다.

▶엑스트라들이 죽을 때는 한명당 총알 1발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주요 악당이 총을 맞을 때는 수십발을 맞고도 1분이상 버티고 서있을 수 있다. 얼굴에는 '어떻게 이런 일이'라는 표정을 담고서.

▶또 도저히 살아날 수 없을 것 같은 부상을 당하고서도 악당은 불길이나 폭발 등을 무슨 수를 써 탈출했는지 되살아나 주인공에 대한 마지막 공격을 감행한다. 우리 팬들도 '터미네이터'나 '유니버설 솔져'등 액션영화에서 많이 본 장면일 것이다.

▶몸매나 얼굴만 뛰어나고 머리는 별로 좋지 못한 것으로 묘사되고 또 동료들에게 그런 식으로 취급받는 금발 머리 여성(금발은 미국사회에서 연애만 좋아하고 지성쪽은 약한 것으로 생각되는 경향이 있다고 인사이드 헐리우드에서 몇번 설명한 바 있다)이 마지막 순간에 패션감각을 이용해 복잡한 문제를 한순간에 해결한다. 얼마전 개봉된 'Legally Blonde'에서 다시 한 번 재생됐다.

▶두 사람이 사고나 부상을 당한 사람을 발견했을 때 한 사람은 재빨리 뛰어가 부상자를 살펴보고는 다른 사람에게 '의사를 불러'라고 외친다. 그러나 따라간 사람은 놀란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 하다 3초정도 흐른 뒤 첫 인물이 '지금 당장'이라고 고함을 지른 뒤에야 움직인다.

▶아주 아름다운 미인이 기침을 하면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죽는다.

▶컴퓨터 해커는 1분에 4000단어를 거뜬히 친다. 그것도 하나도 틀리지 않고. 이때는 주로 비트 강한 락앤롤 음악이 배경으로 깔린다.

▶늙은 스승은 주인공인 제자가 미처 무술 등의 준비가 다 되지 않았을 때 악당의 기습 등으로 죽는다. 그러나, 스승의 죽음으로 제자는 절치 부심, 완성단계에 이른다.

▶주인공이 동행한 어린이에게 '움직이지 말고 여기 있으라'고 한 뒤 무엇인가를 찾으러 가면 어린이는 예외없이 딴데로 가 악당에게 잡히는 등 문제를 일으킨다. 그런 뒤 주인공은 이 어린이를 구하려고 갖은 고생을 다한다.

▶수많은 적들이 도망가는 주인공에게 총질을 해댈 때 총알은 주인공이 방금 지나간 벽만 맞춘다. 그것도 간발의 차이로.

▶처음에 서로 엄청나게 싫어하는 남자와 여자가 어찌된 영문인지 영화가 끝날 때쯤이면 사랑에 푹 빠진다.
우리 영화도 헐리우드 영화의 기법을 많이 이용한다. 그래서인지 위에 줄줄이 쓴 상투적인 장면들이 우리 영화에서도 가끔 보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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