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귀재 잭 웰치 GE회장 7일 은퇴

중앙일보

입력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신화를 창조한 경영 귀재 잭 웰치 GE 회장이 오는 7일(현지시간) 은퇴한다.

올해 65세인 웰치 회장은 40년 전 GE에 입사해 지난 20년간 경영을 맡으면서 회장에 오를 당시 100억달러에 불과하던 매출을 4천억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업적을 남겼다.

이처럼 외형만 불린게 아니다. 초기 플라스틱 및 가전제품과 전구를 주로 생산하던 것을 공격적인 확장 경영을 통해 금융 서비스, 의료 장비 및 제트 엔진까지 취급하는 명실상부한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부상시켰다.

웰치의 경영 전략은 잇단 흡수.합병과 과감한 해고로 대표된다. 지난 86년 RCA를 64억달러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 이때 NBC-TV도 넘겨받았다. 이후 몇백건의 인수.합병이 이어졌다.

물론 실패도 없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81년 인수한 캄마란 컴퓨터 디자인 회사.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다 결국 88년 매각했다. 그해에만 5천만달러의 손해가 이 회사에서 나는 바람에 웰치의 명성에 큰 오점이 찍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웰치를 아는 인사들은 그를 비난하지 않는다. 지난 93년 웰치와 GE에 관한 책을 쓴 미시간대 경영학과의 노엘 티치 교수는 "그도 실수할 수 있는 평범한 인간"이라면서 "어쨌든 지금까지 내가 만난 기업인 가운데 가장 위대한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티치 교수는 "웰치 회장의 유머와 인간적인 따뜻함도 강점"이라면서 그가 매년 수천명의 직원에게 직접 사신을 보내온 점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경영 합리화를 위한 해고에서는 촌보의 양보도 없는 그였다. 회장에 취임한 후 첫 5년간 몇만명을 정리했다. 이 때문에 "뉴트론 잭"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핵폭탄이 터지면 한꺼번에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다는 점에 빗댄 표현이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살렘의 아일랜드계 노동자의 외아들로 태어나 일리노이대에서 화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웰치는 고액 연봉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에만도 스톡옵션 행사를 포함해 모두 7천600만달러를 벌었다. 정리 해고의 와중에 너무하지 않느냐는 비판도 없지 않았으나 정작 본인은 `실적만큼 받는게 당연하지 않느냐'며 당당한 태도였다.

그는 대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실적 부진으로 갑자기 밀려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오래 전부터 자신이 퇴진한 후의 회사를 위한 준비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약관 40대의 제프리 임멜트를 후임 회장으로 일찌감치 지명한 상태다.

임멜트는 지난해 11월부터 사장겸 회장 지명자로 일하고 있다.

웰치 회장은 인재 양성에도 수완을 발휘해왔다. 이 때문에 GE 출신으로 포천지가 선정하는 500대 기업의 최고경영자를 거친 인사가 한둘이 아니다. 주변에서는 인재를 알아보는 웰치의 눈썰미가 보통이 아니라고 극찬한다.

그러나 웰치의 은퇴에 찬물을 끼얹은 사건도 없지 않다. 예정된 퇴진을 한해 늦추면서까지 집착했던 4천600억달러 규모의 하니웰 인수가 유럽연합의 제동으로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플라스틱 사업을 하는 관계로 환경보호단체와 시비가 촉발되지 않을 수도 없었다. 미 연방환경청이 무려 4천600억달러를 투입해 정화 작업을 벌이게 됐던 허드슨강 오염의 주범으로 GE가 떠오른 것도 그에게는 오점이 아닐수 없다.

웰치 회장은 은퇴후 자서전을 쓸 예정이다. 이미 출판사로부터 선금으로 710만달러까지 받은 상태다.

티치 교수는 "웰치 회장이 퇴진한 공백을 메우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가 20세기 최고의 경영자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스탬퍼드<미 코네티컷주>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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