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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제조업 메가전쟁’서 이기는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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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김경수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제조업은 영원하다-’.

 1980년대 유행한 화두다. 이게 부활할 것 같다. 두 차례 세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세계적으로 제조업을 재평가하고 있어서다. 선진 경제국가가 되면 제조업을 버릴 수밖에 없다는 인식은 매우 낡은 것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성장·고용·복지 어느 측면을 보더라도 제조기반과 결합한 서비스·관광 성장이 바람직하다고 세계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세계는 치열한 제조업 경쟁 중이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법인세를 35%에서 28%까지 낮추는 정책을 추진 중이고 독일도 조세부담 완화에 나서고 있다. 중국·일본도 제조업 전쟁의 승기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7대 전략적 신흥 산업 육성전략’을 마련하고 2020년까지 정보기술(IT)·바이오·제조업 첨단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값싼 제품만 공급하는 ‘세계의 공장’에서 탈피해 고부가가치 산업에서도 점유율을 높여 가려는 의도다.

 일본은 엔고불황이 겹치고 있는데 제조업이 직면한 6중고 문제해결이 시급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 추진 전략’ ‘신경제성장전략’ 등 다양한 전략을 마련하고 기술강국의 면모를 되찾으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제조업의 메가경쟁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기초적인 성장요건인 비용 절감, 생산성, 기술력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상황에서 중국의 비약적인 성장으로 한국 제조업에는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과거 일본·한국·중국 순이었던 기술격차는 혼재 양상으로 접어들었다. 게다가 최근 몇 년간 제조업 설비투자는 활발하지 못하고 에너지·부품소재의 높은 해외 의존도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한·중·일 제조업의 대전쟁에 대응하는 10개년 실천전략을 세워야 한다. 지방기업과 중소기업을 세계와 경쟁이 가능한 강소기업으로 성장시켜야 한다.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를 통해 다양한 지원사업이 이어져 왔지만 중소기업엔 쉽지 않은 과제다. 지식의 형성에서 시장까지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의 혁신이 시급히 요구된다.

 특히 클러스터와 같은, 기업의 자생력을 키우는 사업이 대폭 확대되어야 한다. 클러스터 사업은 여타 연구개발(R&D) 사업과 달리 산·학·연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지난 8년간 ‘한국형 클러스터 육성’을 목표로 R&D·마케팅·교육 등 기업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해결하면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둬 왔다. 특히 중소기업 스스로 과제를 발굴하고 함께 해결해 가는 모습은 분명 과거에는 없던 신선한 협업문화로 자리 잡았다.

 때마침 26일 열리는 클러스터의 날 행사에는 한·중·일 3국 제조업의 미래와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이 마련된다. 한·중·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 중이다. 그러니 경제성장 전략으로서 신제조업, 제조기반의 융합, 중소기업의 대약진을 구상하고 즉시 실행에 옮기고, 기업의 자력갱생 기반을 재창조해야 할 것이다.

김경수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