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떠밀고 … 버티고 … SK는 명퇴 시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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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11월 찬바람과 함께 프로야구 ‘명퇴의 계절’이 돌아왔다. 특히 올해는 베테랑 스타와 구단이 일으키는 갈등이 심한 편이다.

 각 구단은 오는 25일까지 보류선수 명단 60명을 정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제출해야 한다. 해마다 팀당 10명 가까운 신인들이 입단하기 때문에 그만큼의 선수들이 유니폼을 벗어야 한다.

 올겨울엔 SK발 명퇴 바람이 가장 거세다. 명포수 박경완(40)은 최근 “(이만수) 감독이 날 쓰지 않는다면 떠나는 게 맞다”고 밝혔다. SK는 올해 조인성(37)을 영입했고, 든든한 백업 정상호(30)까지 있어 박경완의 자리가 없었다. 시즌 막판엔 이재원(24)이 제대해 SK엔 주전급 포수만 세 명이다.

 김성근 감독(고양 원더스)이 SK를 이끌었던 2년 전까지만 해도 박경완은 ‘SK 전력의 절반’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뛰어난 두뇌와 풍부한 경험으로 투수들을 잘 이끌었고, SK가 2007년부터 매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데 일등공신으로 활약했다.

 박경완은 지난해부터 부상에 시달리며 2군으로 밀렸고, 이만수 감독은 조인성-정상호 체제에 만족했다. 이에 박경완은 “내년에도 1군에서 뛰지 못하면 다른 팀으로 보내 달라”며 맞서고 있다.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 내심 SK는 박경완의 은퇴를 바랐지만 그가 거부했다. 1군에는 박경완의 자리가 없고, 다른 팀으로 보내자니 제대로 보상을 못 받는다는 게 SK의 딜레마다. 박경완을 조건 없이 풀어준다면 SK 전력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포수를 거저 준다는 위험을 떠안게 된다.

 호타준족으로 명성을 떨쳤던 박재홍(39)도 은퇴 기로에 있다. SK는 은퇴 후 해외 연수를 떠날 것을 제안했지만 박재홍은 선수 생활 유지를 바라고 있다. SK에서는 주전으로 뛰기 어려우니 조건 없이 내보내 달라는 입장이다. SK는 지난해에도 박재홍에게 은퇴를 권유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최근에는 40세 전후의 선수들도 신체나이에 자신감을 나타내며 더 오래 뛰고 싶어 한다. 1990년대를 대표했던 KIA 이종범(42)은 올해, 삼성 양준혁(43)은 2010년 반강제로 은퇴했다. 은퇴가 확정되기 전까지 선수와 구단 또는 감독과의 마찰은 피할 수 없었다.

 경우가 조금 다르지만 한화 박찬호(39)도 은퇴 여부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국내 무대로 복귀한 그는 전반기 4승5패로 선전한 뒤 후반기 1승5패로 부진했다. “11월에 거취 문제를 매듭짓겠다”며 미국으로 떠난 그는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지난겨울 박찬호는 가족에게 “한국에서 1년만 뛰겠다”고 약속했지만 막상 은퇴를 앞두자 미련이 남는 것이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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