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한국축구’ 83세 원로의 훈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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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박경호

“지도자이면서 교육자가 되어라.”

 전란의 상흔에서 벗어나지 못한 1956년, 홍콩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안컵 대회에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당시 주역 중 한 명인 박경호(81) 전 대한축구협회 이사가 최근 자신의 축구 인생을 돌아보며, 후배 지도자들에게 주는 조언을 담은 책을 냈다. 『83노인의 축구이야기』(사커뱅크).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은 선배 축구인들이 꿈꾸던 일이어서 감회가 새롭다”고 운을 뗀 박 전 이사는 “과거엔 날계란 한 개, 사과 반 쪽만 먹을 수 있어도 행운이었고, 그런 가운데 축구밖에 모른 채 평생을 살았다. 얼마 안 남은 인생을 생각하면서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어 책을 남긴다”고 밝혔다.

 31년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나, 6·25 때 서울로 내려온 그는 경신중학교(6년제)와 경희대를 나왔다. 홍콩 아시안컵 대회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이후 7년 동안 대표팀을 지킨 국가대표 1세대다. 국가대표 출신 가운데 최고령이다. 그는 “지도자는 고독한 자리다. 덕장이 되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에는 좋은 지도자가 되는 34가지 방법을 담았다.

 따뜻한 조언만 담진 않았다. 축구 행정을 두곤 호되게 비판했다. 박 전 이사는 “한국 축구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지만 공 차는 기술만 늘었다. 행정과 문화는 한치의 발전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내년 1월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와 관련해선 “축구인들끼리 서로 물고 뜯는 인상을 준다. 축구인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협회장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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