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개그콘서트' 수다맨 강성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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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한 번 말해볼까요오~" 라고 한 뒤 5분여 동안 지하철 노선, 중국식당 메뉴, 국제축구연맹(FIFA) 이 발표하는 각국 축구 랭킹, 나라와 수도, 차(茶) 의 종류와 효능…(헥헥) , 커피의 종류와 특징까지 줄줄 풀어내는 수다맨. 얼핏 보면 슈퍼맨 복장이지만 배에는 'S' 자가 아니라 수다맨을 상징하는 두꺼운 입술이 새겨져 있다.

KBS2-TV의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 에서 맹활약 중인 개그맨 강성범(28) 은 "요새 세상을 다 얻은 느낌" 이라고 한다.

이달 중순 그가 주연한 TV CF가 드디어 방송을 타기 때문. 라디오 CF는 이미 세 개를 기록했다. 사실 탤런트처럼 외모가 미끈하지 못한 개그맨으로선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로 강한 인상을 남기지 않는 한 CF따기가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한 두번도 아니고 매주 어떻게 그 많은 것을 외울 수 있었을까. 그의 설명에 따르면 그 비결은 첫째는 노력의 결과였고 둘째는 재능에 속하는 부분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암기과목을 잘 했어요. 제가 학력고사 마지막 세대(93학번) 인데요 국.영.수는 낙제점이었어도 암기과목에서는 전체 문제 중 딱 세 개만 틀렸거든요. "

이제까지 제일 안 외워져 고민했던 분야는 법의 날.바다의 날.성년의 날 등 기념일이었던 반면 목걸이.반지.팔찌 등의 선물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외울 때는 상대적으로 쉬웠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듯 연상작용이 일어나는 것은 외기 쉽고 그렇지 않은 것은 어렵다는 뜻이다.

또 하나 그의 암기 비결은 한 번 외운 건 되도록 빨리 잊어버린다는 것.

"매주 외워야 할 게 다르니까요, 안 잊어버리면 헷갈려서 안 돼요. "

그래서인지 녹화장에서 혀가 꼬이거나 NG를 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한다. 지금 그의 고민은 수다맨 캐릭터에 변화를 주는 것.

"두 달 정도 더 하다가 수다맨은 그만 할까 해요. 그만하라고 아우성칠 때 떠나기보다 잘 나갈 때 다른 걸 해야 탄력을 받을 수 있거든요. 수다맨 후속은 1인 다역의 변사로 나타나게 될 겁니다. 기대하세요오~. "

1996년 SBS 개그맨 공채로 방송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지난 1월 제대한 '중고' 신인이다.

공채 동기인 심현섭.지상열 등이 이미 자리를 굳힌 것에 비하면 본격 출발은 늦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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