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컨테이너 70% 텅텅 비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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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경기도 의왕시의 부곡IC에 인접한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ICD). 동양 최대인 22만평 규모의 드넓은 광장에 수출용 빈 컨테이너가 산더미처럼 쌓인 모습이 을씨년스러웠다. "컨테이너 10개중 7개는 비어 있습니다. " 의왕 ICD 관계자의 첫마디였다. 전국을 연결하는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 처리 기지가 최근 경기 침체로 활기를 잃고 있는 것.

◇ 외환위기 때보다도 심각〓의왕ICD내 임대 컨테이너 위탁관리 회사인 철도컨테이너㈜는 지난달말 현재 빈 컨테이너가 3천1백90여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로 연초에 비해 두배 가까이 늘었다. 이 회사 박효식 현장소장은 "수출 물량이 급감해 컨테이너 임대 건수가 지난해의 절반 정도인 하루 평균 20TEU 수준에 불과한데다 쓰지 않고 반납하는 물량도 늘어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여만 가고 있다" 고 말했다.

또 다른 컨테이너 임대업체인 지이씨코의 김철호 사장도 "7천여개의 컨테이너를 해외에서 들여와 영업을 하고 있으나 최근 월평균 1천여개를 임대하는 데 그치고 있다" 고 말했다.

현재 의왕ICD내에 있는 컨테이너 3만3천2백여TEU가운데 70%인 2만3천2백여TEU가 빈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빈 컨테이너 비율은 수출을 위해 예약된 대기 물량까지 포함해도 평균 60%가 안됐었다. 그러나 최근 수출이 급감하면서 예약도 크게 줄어 빈 컨테이너들은 대부분 기약도 없이 쌓여 있는 상태다.

이렇다보니 올 상반기 이곳의 전체 컨테이너 반출.입 실적도 47만8천7백여TEU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나 줄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도 전년에 비해 2.7%밖에 줄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감소폭이다.

의왕ICD 운영회사인 ㈜경인ICD의 조덕희 기획운영팀장은 "삼성전자.제일제당의 이곳 통관 실적이 올 상반기 1만1천5백65TEU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나 줄었을 정도" 라며 "외환위기 당시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고 말했다.

◇ 월말에도 썰렁〓수출물량이 급감하면서 의왕ICD의 풍경도 크게 달라졌다.

현대상선의 조용섭 현장담당자는 "2년전만 해도 주말(목요일 이후)과 월말에는 수출 컨테이너 화물이 넘쳐 철도편과 화물차를 구할 수 없어 애를 먹기 일쑤였는데 요즘은 시기와 상관없이 일감이 없어 한가롭다" 고 말했다. 이곳 주차장에는 하릴없이 대기 중인 컨테이너 화물차가 10여대씩 몰려 있는 장면이 자주 눈에 띈다.

개인 화물차업주인 박웅기(40)씨는 "한달 평균 의왕과 부산을 12회 정도 왕복해야 하는데 요즘은 10회 채우기도 힘들다" 며 "차 할부 대금과 기름값, 보험료 등을 내고 나면 한 달에 2백만원 벌기가 쉽지 않다" 고 말했다.

대한통운의 이창만 현장소장은 "지난달 2천2백26TEU를 부산과 광양항으로 실어 날랐는데 이는 예년보다 20% 가까이 줄어든 물량" 이라며 "언제 수출 경기가 회복될 지 알 수 없어 걱정" 이라고 말했다.

화물 기차도 사정은 비슷해 요즘 컨테이너 물량이 없어 30~40%가 빈차로 다니고 있다. 철도를 이용해 부산.광양항 등으로 실어나르는 컨테이너 물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현석진 의왕역장은 "직통열차 개설과 운임 할인 등의 서비스 개선과 함께 나중에 경기가 좋아졌을 때 올해의 이용 실적에 따라 기차 이용권 배정을 하겠다는 '회유' 까지 총동원하고 있다" 며 "그러나 수출경기가 워낙 안좋은데다 경쟁업체인 민간 운수업체들이 덤핑공세를 펴고 있어 어려움이 많다" 고 말했다.

의왕 = 김시래.김남중 기자 sr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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