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세대가 “후보들, 일자리부터 만들어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외환위기를 경험한 모든 세대는 자신을 ‘희생자’라고 느낀다. 소득은 줄고 빚은 늘어나 삶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경제에 대한 바람이나 평가는 세대 차가 컸다. 본지가 한국리서치와 함께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설문은 베이비붐세대(만 49~57세)와 IMF세대(만 35~43세), 삼포세대(만 25~33세) 1095명을 대상으로 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56.2%)이 ‘외환위기로 본인과 가족이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고 답했다. 특히 외환위기 당시 10대였던 삼포세대가 고통을 겪었다(61.9%)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비교적 풍요롭게 유년 시절을 보냈던 이 세대가 외환위기 때 부모의 실직 등으로 소득이 크게 줄어들면서 엄청난 상실감과 불안을 느꼈기 때문”이라며 “이후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유달리 피해의식이 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외환위기가 남긴 가장 큰 고통은 소득 감소였다. 모든 세대가 ‘소득이 줄어 힘들었다’(27.2%)고 토로했다. 위기 당시의 연령에 따라 각기 다른 상처를 입기도 했다. IMF세대는 상대적으로 ‘취업하기가 힘들었던(11.3%)’ 기억을 많이 떠올렸다. 삼포세대는 ‘공부나 유학 등 자기계발을 포기했던(5.7%)’ 경험이 많았다.

 그러나 현 상황에 대한 인식은 세대별로 차이를 보였다. 베이비붐세대는 ‘한국 경제의 당면 문제’ 중 다른 세대보다 ‘부동산 침체(13.4%)’에 대한 우려가 컸다. 소득과 노후를 ‘집 한 채’에 맡기고 있는 세대 특성 탓이다. 이에 비해 IMF세대는 ‘양육·교육비(12.2%)’, 삼포세대는 ‘물가상승(20.5%)’을 더 큰 문제로 지적했다. 세 세대 모두 가계부채(22.1%)를 가장 큰 문제로 꼽은 점은 같았다.

 대선 주자들의 경제공약에 대한 반응도 세대별로 차이를 보였다. 삼포세대는 상대적으로 ‘무상보육(14.8%)’에 대한 관심이 높았지만 IMF세대는 10명 중 한 명(10%), 베이비붐세대는 100명 중 한 명(1.2%)만이 이를 우선 과제로 꼽았다. 모든 세대가 일자리 창출(29.2%)이 가장 시급하다고 답했다.

 요즘의 상황이 외환위기와 비슷하거나 더 힘들다고 답한 이들이 절반을 넘었지만(63.6%) 상당수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15년 전보다 지금의 경제상황이 악화됐다’고 답한 이(19.8%)보다 ‘15년 뒤엔 지금보다 경제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24.6%)가 더 많았다. 노익상 한국리서치 대표는 “이들이 미래엔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라며 “이번 조사를 통해 세대별 당면 과제와 요구사항을 분석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임미진·김혜미·위문희 기자. 사진=안성식·신인섭·김도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