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세습, 부끄러워 말도 못 꺼내게 해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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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교회가 여기까지 온 건 하나님에 대한 신앙이 없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없이 하나님 노래를 지껄이는 집단이 커져서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새 회장으로 선임된 김근상(60) 대한성공회 의장주교가 ‘교회 세습’을 강하게 질타했다. 20일 오후 신임 기자회견에서다.

 김 회장은 이날 작심한 듯 교회 세습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하나님에 대한 신앙이 있으면 여기까지 안 온다”며 “그런 면에서 제대로 된 믿음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또 “우리에게 정말 믿음이 있는가, 자기(목회자)가 왕이고 교회가 자신이 소유한 나라라는 꿈을 꾸고 교회를 만드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세습이 부끄러워 말도 꺼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발생할 경우)그냥 넘어가지는 않겠다”는 말도 했다.

 NCCK 회장은 8개 소속 교단들이 돌아가면서 1년씩 하도록 돼 있다. 회장은 NCCK의 활동방향과 정체성을 상징하는 자리다. 그럼에도 김 회장이 교회 세습에 대해 강한 비판을 쏟아낸 건 그만큼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 NCCK는 교회 세습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 회장은 최근 세습 금지 조항을 신설한 감리교단의 교회법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감리교 세습 방지 방안에도 맹점이 있다. 담임 목사가 아들에게 바로 교회를 물려주지 않고 이웃 교회에서 3년 정도 인턴처럼 목회하도록 하면 얼마든지 교회를 물려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세습을 막기 위한 조직이나 관리를 말한들 소용이 없다. 신자가 5000명으로 늘었다고 박수 치는 문화 속에서는 (상황이 개선될) 기대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성직자 납세에 대해 김 회장은 “급여에 대한 소득세를 낼 수 있는 성직자가 전체의 20% 미만인데 그런 분들이 세금 폭탄을 맞는 거 아닌지 걱정한다”며 “관계 부처에 문의한 결과 세금을 내도 일정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만큼 목회자들이 두려움 없이 세금을 낼 수 있도록 부드럽게 설득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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