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 “내 축구는 전반 40분, 남은 시간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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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아우크스부르크 시내 나들이에 나선 구자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고속열차 이체(ICE)를 타고 남동쪽으로 3시간20분을 가면 아우크스부르크에 다다른다. 아우크스부르크는 기원전 15년 로마 황제인 아우구스투스가 세운,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다. 2000년 역사를 지닌 이곳을 아우‘쿠(Koo)’스부르크로 바꿔놓은 축구선수가 있다. 구자철(23·아우크스부르크)이다.

 구자철은 지난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로부터 임대돼 5골을 터트리며 팀의 1부리그 잔류를 이끌었다. 올 시즌 초반 발목 부상을 딛고 지난 17일(한국시간) 프랑크푸르트전에서 시즌 첫 골을 터뜨리며 부활을 알렸다. 19일 구자철과 함께 찾은 아우크스부르크 식당의 독일인들은 ‘Koo’를 외치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구자철은 “다행히 첫 골이 늦지 않게 나왔다. 현재 몸 상태는 60~70%다. 3~4경기를 치르면 정상 궤도에 올라설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구자철이 결장한 2개월 사이 18개 팀 중 최하위(승점6·1승3무8패)에 머물렀다. 구자철은 “올해 남은 5경기에서 승점 10점을 확보하고 2013년을 맞아야 한다. 만약 아우크스부르크 이적 가능성이 있는 지동원(21·선덜랜드)과 한국영(22·쇼난 벨마레)이 가세한다면 팀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 대표팀 역시 구자철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뒤 위기에 빠졌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3·4차전에서 1무1패에 그쳤다. 한국은 2승1무1패(승점7)로 4위 카타르와 승점은 같으나 골득실에 앞선 2위다. 하지만 구자철은 “최종예선 남은 4경기 중 3경기가 홈에서 열린다. 자신 있다”며 “나는 월드컵에 나가고 싶고, 꼭 나가야 한다. 내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면 그에 걸맞은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구자철은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소속팀 1부리그 잔류 등 많은 것을 이뤄냈다. 자신에게 올해의 점수를 매겨달라는 질문에 “100% 잘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구자철은 자신이 주관적으로 뽑은 올해의 팀으로 런던올림픽 축구 대표팀을 선정했다. 올해의 사령탑은 홍명보 올림픽팀 감독, 올해의 매치는 일본과의 런던올림픽 3·4위 결정전을 꼽았다.

 박지성(31·QPR)은 지난 5월 자신의 축구인생을 경기에 비유하면서 “추가시간까지 더해도 5~10분 남았다. 아직 3-0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자철은 자신의 축구 인생에 대해 “전반 40분, 0-1로 지고 있다. 그러나 남은 시간이 더 많다. 그 길을 잘 가기 위해 더 긴장하고 부지런하게 뛰어야 한다는 의미”라며 “축구에서 역전승의 기쁨은 두 배다. 이제부터 실점하지 않고 두 골을 넣기 위한 계획을 잘 세우겠다”고 말했다.

아우크스부르크(독일)=글·사진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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