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늑대소년'의 흥행과 함께 주목을 받는 말이 있다. '철수 앓이'다. 극중 송중기가 맡은 늑대소년의 이름이 바로 '철수', 그에게 빠진 관객들이 일상 생활에서도 헤어나오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때로는 늑대처럼 사납게, 또 때로는 강아지처럼 순종적인 철수는 특수한 환경에서 자라 사회성이 확립되지 않은 의문의 존재로 등장한다. 대사 한 마디 없이 몸짓과 눈빛으로만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애틋함을 느끼며 감정 이입을 한다. 자신을 짐승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는 순이(박보영)에게 보여주는 지고지순한 사랑도 충분히 심금을 울릴 만 하다. 그래서일까.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철수'를 쉽사리 잊기가 힘들다.
실제로 이러한 '철수 앓이'가 담긴 재밌는 에피소드들이 트위터 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네티즌 사이에서 유명한 일화 하나가 있다. 영화가 끝난 후 한 여성 관객이 "아ㅠㅠㅠ 나 안철수 뽑을거야ㅠㅠㅠㅠ"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현장에 있던 한 관객이 인터넷에 직접 올려 큰 웃음을 자아냈다. 대선 후보인 안철수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생겨난 해프닝이다.
또 한 포털사이트에는 '늑대소년'을 치면 '늑대소년 안철수'가 연관 검색어로 자동 형성된다. 그만큼 영화 속 철수와 실제 철수를 연관지어 생각하는 네티즌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트위터리안은 "[속보] 안철수 '사실 난 늑대소년'"이라는 재치있는 글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또 "그렇다. '늑대소년'은 안철수 홍보영상이었다(@helOOO)" "박근혜는 '늑대소년'을 경계해야 한다. 이미 수백만 여성 관객이 '철수'에게 빠져버렸다(@walOOO)" 등의 글이 올라왔다. 흐름을 탄 일부 안철수 지지자들의 '늑대소년' 홍보글도 볼 수 있었다.
일상 생활에서도 '철수 앓이'는 나타난다. 극중 동물과 같은 성향을 가진 철수와, 애완동물을 훈육하듯 그를 길들이던 순이의 모습을 빗댄 것이다. "동생이 철수 성대모사를 할 수 있다길래 봤더니 내 손을 물고 들고 있던 사과를 가져가서 먹었다(@emsOOO)" "우리집 강아지를 철수라 생각하고 '기다려' '먹으라고 하면 먹는거야'라는 대사를 하루종일 하고 있다(@sjlOOO)"는 내용의 글이다. '기다려'라는 대사는 영화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극의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네티즌 사이에서 유행어처럼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외에도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스토리)에서도 송중기와 박보영의 사진에 자신의 얼굴을 합성하는 등 '늑대소년'과 관련된 글과 사진을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웃고 넘어갈 가벼운 에피소드들이다. 크고 묵직하진 않지만 소소하게 일상에 닿아있어 정감이 간다. 가령 "내가 싫어하는 선생님 이름이 철수. 그런데 '늑대소년'을 본 후엔 그 선생님도 사랑하기로 했다(@exsOOO)"는 이 관객처럼 말이다.
유혜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