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터치] 광주극장의 안쓰런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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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충장로에는 올해 개관 70주년을 맞는 광주극장(대표 최용선)이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국고를 지원하는 예술영화전용관에 최근 선정됐다. 이를 두고 충무로에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8백60석의 대형 극장이 예술영화관에 적합하느냐는 것. 상업성이 부족한 저예산.독립 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예술영화관은 통상 2백석 안팎이다. 그렇지 않아도 사람이 들지 않는 예술영화관이 더 썰렁해질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영진위도 이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서울보다 환경이 척박한 지방에서 예술영화를 소개하려는 광주극장측의 강한 의지를 수용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매일 한차례씩 '레퀴엠' '파이' '헤드윅' '범죄의 요소' '위대한 독재자' 등 수준 높은 작품을 꾸준히 상영해온 점도 감안됐다.

그런데 광주극장은 왜 예술영화관을 신청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복합상영관(멀티플렉스)의 포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무등극장.밀리오레시네마.롯데시네마 등 밀려드는 복합상영관 가운데서 단관극장인 광주극장측의 고육지책인 것이다. 서울에서도 유서깊은 대한극장이 지난해 복합상영관으로 재탄생했고, 단성사.피카디리도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인 것에 비해 광주극장은 예술영화관을 선택했다.

김형수 이사는 "광주극장의 이름을 간직하고 싶다. 지방에도 예술영화 시장의 잠재력은 있다. 복합상영관과 이길 수 없는 경쟁을 하느니 차라리 개성있는 극장으로 남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극장이 생긴다고 예술영화 관객이 당장 늘어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부족한 콘텐츠도 숙제다. 그는 서울의 관련 극장과 협조, 알찬 프로그램을 짜겠다고 말했다. 참고로 상업영화를 주로 틀었던 지난해 광주극장의 객석 점유율은 10% 정도. 올해 예술영화가 이 수치를 얼마나 높여놓을지? 영진위의 보조금이 '1회용 치료제'로 그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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