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당선자 "왜 재계과 싸움 붙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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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인수위가 재벌개혁 정책에 대해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새 정부의 재벌개혁은 인위적.강제적 방법을 통하지 않고 '자율적.점진적.장기적'이란 3원칙에 따라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는 이런 입장을 이낙연(李洛淵) 당선자 대변인을 통해 공식 발표했다. 인수위 측은 이어 김진표 인수위 부위원장을 통해 "盧당선자가 오늘 '특정재벌을 겨냥하고 있지 않다'는 발언을 직접 했다"고 재강조했다.

인수위가 이 같은 입장을 거듭 밝히고 나선 것은 일부 언론에서 인수위의 경제정책이 삼성 등 일부 대기업을 겨냥한 듯 보도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런 의혹을 불식하겠다는 당선자 측의 뜻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盧당선자는 7일 인수위가 특정 재벌을 겨냥하고 있다는 일부 보도를 접하고 "내가 혁명을 하려는 것도 아닌데 왜 자꾸 재계와 싸움을 붙이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적극적으로 해명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물론 인수위에 대해 이런 의혹의 시선이 가게 된 배경은 있다. 인수위 구성원 분포상 '분배'를 강조하는 경제학자와 시민운동가들이 상당수 포진하면서 강도높은 재벌개혁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인수위가 검토하는 내용에도 재벌관련 정책이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새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재계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가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 당선자 측 입장이다. 7일 발표된 새 정부의 정책과제에서도 이런 오해를 피하기 위해 '재벌개혁'이라는 용어를 모두 빼고 '경제시스템의 개혁'이라는 포괄적인 말로 표현됐다.

인수위의 이 같은 입장에는 여소야대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현실적인 판단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김진표 부위원장은 "최근 논의되고 있는 개혁 조치들의 99% 이상이 국회에서 법을 만들거나 개정해 추진돼야 할 사안"이라며 "이 같은 입법사안들은 우리가 서두른다고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벌그룹에 대해 "스스로 개혁 플랜을 내놓으라"는 메시지도 전달하고 있는 셈이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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