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과 원만한 관계 포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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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청와대 정무라인을 짰다.

김원기 정치고문, 문희상 비서실장, 유인태 정무수석의 진용이다. 민주당 신.구주류, 한나라당과의 관계를 고루 감안한 역할분담 체제다. 盧당선자가 수차 대화와 협력의 정치를 강조해온 만큼 원만한 여야관계의 설정에 초점을 맞춘 인상이다.

盧당선자가 '정치적 사부'라고 부르는 金고문은 민주당 신주류의 좌장격이다. 평민당 원내총무 시절에도 반대당 의원들에게서 합리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김덕룡(金德龍).이부영(李富榮)의원 등 한나라당 비주류 중진들과는 '화해와 전진 포럼'을 같이했다.

비서실장에 내정된 文의원은 자민련 이인제(李仁濟)총재권한대행의 고교.대학(경복고-서울대 법대) 선배다.

한나라당 박종희(朴鍾熙)대변인은 "文의원이 노무현 정권의 국정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며 "다양한 경험과 정치력을 가져 원만한 여야관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동교동계 신파로 분류되는 文의원의 발탁을 당내에선 의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있다. 그동안 김대중 정부에서 요직에 있었던 인물이나 동교동 출신의 기용은 피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盧당선자는 58세의 文의원이 한나라당 의원들을 상대하기 편하고, 재야 출신이 아닌 인물을 비서실장으로 선택함으로써 개혁과 보수의 조화를 노린 것 같다.

DJ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국정원 기조실장을 지내고 당의 요직을 거친 文의원의 경력이나 지난해 자신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을 때 대선기획단장을 맡아 노무현 캠프가 민주당에 착근할 수 있도록 기여한 점도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갑(韓和甲)대표 캠프에 가담했던 文의원이 당내 신.구주류 간의 가교 역을 맡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 같다.

민청학련 사건의 주역이었던 柳전의원의 정무수석 기용은 예견됐던 일이다. 그는 민주당 신주류로 분류되고 있지만, 16대 총선에선 한나라당에도 몸담았었다.

야당과의 대화창구로서 적임이라는 평가다. 盧당선자와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에 몸 담았던 柳전의원의 경우 김홍신(金洪信).김부겸(金富謙)의원 등 한나라당 내 통추 출신들과 가깝다.

盧당선자의 정무라인은 일단 한나라당과의 대화.협상에 초점을 맞춘 진용이지만, 정치상황에 따라선 정계개편을 위한 영입창구로 전환될 수도 있다. 한나라당도 이 같은 점을 의식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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