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자존심이 만들어 내는 대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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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본선 32강전)
○·장웨이제 9단 ●·강동윤 9단

제4보(37~51)=전보에서 말한 ‘다음 한 수’는 바로 37입니다. 38쪽이 아닌 37쪽에서 몬다는 것. 그래야 탈출이라기보다는 돌파의 맛이 있고 43의 쌍립에 이어 45가 선수로 듣게 됩니다. 47까지 날씬하게 연결하게 되는 거지요. 프로들이야 눈감고 두는 맥점이고 ‘참고도 1’과는 하늘과 땅 차이지요.

 아무튼 47까지는 쉽다면 쉬운 거고 이 다음부터가 매우 어렵습니다. 강동윤 9단은 49로 뛰어 우하 일대를 크게 경영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물론 뜻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흑이 이곳 일대를 얼마나 잘 지켜내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된다는 것은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흑은 다른 곳엔 마땅한 땅이 없으니까 결국은 이곳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거지요. 재미있는 것은 50으로 짚어 왔을 때입니다.

 ‘참고도 2’ 흑1로 받는다면 백2 젖혀 5까지 됩니다. 장웨이제 9단은 이런 식으로 이득을 챙긴 다음 하변 어딘가로 침투할 참이겠지요. 한데 강동윤은 손을 빼고 51로 갔습니다. ‘강동윤 특유의 기세’라고 말하면 그만이겠지만 정말 어려운 수 아닙니까.

 ‘참고도 2’를 놓고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합니다. 쉽게 받아 줄 수 있는 거지요. 그러나 강동윤처럼 이걸 ‘당했다’고 생각하면 지금처럼 과격한(?) 변화가 등장합니다. 51은 A로 먼저 받으라는 강요지요. 그대가 순순히 응해 준다면 나도 B로 받아 주겠다는 얘기지요. 허리를 굽힐 명분을 구한 것인데 그러나 상대도 이런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고 싶을까요. 이래서 이 판은 무서운 변화로 치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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