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주택시장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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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이 폭풍 전야의 모습이다. 집값은 갈림길에 서 있다. 저금리를 등에 업고 한 단계 더 올라가느냐, 경기 침체에 눌려 뒷걸음치느냐의 기로에 놓였다.

정부의 주택정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시장 과열과 전세난을 잡기 위해 조만간 소형의무건립 등에 관한 대책을 확정한다. 규제의 강도에 따라 주택시장의 방향이 결정될 것 같다.

◇ 재테크 목적은 신중히=이달 들어 집값은 지표만 보면 오르고 있지만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선도지역은 이미 조정 징후를 보이고 있다.

거래가 줄고 실거래가격이 내리고 있다. 다만 서울 강북과 신도시 등이 강남지역과의 '가격 좁히기' 에 나서면서 전체 지표는 아직 오름세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조정의 성격이 추가 상승을 위한 숨고르기인지, 가격 하락 또는 횡보의 신호인지를 판단하는 것. 전문가들조차 이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는다.

공통된 것은 단기 재테크 목적의 주택 구입은 이제부터는 매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 부동산은 거래비용(세금.중개수수료.등기비용)이 구입가의 5% 가량 들기 때문에 지금 가격에서 더 오르더라도 큰 차익을 얻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부동산114 김희선 상무는 "소비자들은 불안과 흥분을 가라앉히고 시장을 관망할 필요가 있다" 며 "추석을 전후로 집값 조정기가 올 가능성이 크다" 고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최근 낸 보고서를 통해 "주택시장이 거래가 줄면서 호가만 오르는 불황 초기 단계에 진입할 조짐이 엿보인다" 고 전제, "경기악화로 인해 그간의 상승이 꺾이고 시장이 퇴조국면에 빠질수 있다" 고 분석했다.

◇ 저금리보다 경기가 시장의 잣대=그간의 집값 상승은 전세난, 재건축 추진과 더불어 저금리에 따라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환금성 좋은 아파트로 이동한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이런 요인만으로는 집값 상승에 한계가 있고, 경기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저금리 등에 따른 가격 상승은 그간의 상승률로 보면 이미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대출금리는 8% 이상으로 여전히 높기 때문에 여유자금이 없는 중산층과 서민들이 빚까지 내서 집을 적극적으로 사기에는 한계가 있다. 즉, 여유층의 자금만으로는 지속적인 집값 상승을 이끌기 힘들다.

특히 재건축의 경우 옥석 구별 없이 모든 단지가 덩달아 올라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례가 현실로 드러나면 거품이 상당폭 빠질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에 몰린 자금은 위험 부담이 덜한 신규 분양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경제 침체로 소득이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주택시장이 따로 움직일 수는 없다" 며 "실물 경기가 장기침체로 접어들면 거품가격이 형성된 곳은 급락할 수도 있다" 고 진단했다.

◇ 전세난 지속되고, 월세이율은 내릴듯=매매와 달리 전세시장의 구조적 수급 불균형은 적어도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월세 전환 추세와 물량 부족이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다만 전셋값 상승 탄력은 둔화될 것 같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월세 전환이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보고 있다. 집주인이 높은 이율로 월세를 내놓고, 세입자는 이를 꺼려 전셋집을 찾아다니는 줄다리기가 진행되고 있지만 월세 이율이 떨어지면 세입자들도 월세를 수용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체적으로 셋집 부족 현상은 완화되고 전셋값도 안정세를 찾을 수 있다.

성종수 기자 sjssof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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