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치 + 시장경제 + 실용외교 = 시진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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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치적으로는 독실한 사회주의자, 경제는 시장지향적 개혁자, 외교는 실용적 민족주의자.”

 중국 정치를 연구해 온 조영남(47·사진)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바라본 시진핑(習近平) 총서기에 대한 평가다. ‘정치적으로 보수화, 경제적으로는 자유주의, 핵심 이익에 대한 강경한 외교’ 등의 성향을 보일 것이라는 얘기다. 15일 중국 차기 지도부가 결정된 직후 연구실에서 그를 만나 시진핑 체제가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에 미칠 영향에 대해 들었다.

 - 권력교체가 한국에 미칠 영향은.

 “많은 이가 이번 상무위원으로 뽑힌 인물에 대해 ‘지한파’ 운운하고 있다. 한국과 친한 사람 몇 명이 최고 권력집단에 올랐다고 안심하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쉽다. 중국의 정치는 사람이 아닌 구조가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집단지도 체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미·중 관계를 주목해야 한다. 시진핑의 중국은 미국에 고분고분하지 않을 것이다. 자기 목소리를 충분히 낼 것이다. 중국과 미국이 동북아시아에서 갈등을 보일 경우 중국은 북한에 더 가깝게 다가갈 것이다.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 중국의 ‘신형대국관계’와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이 충돌한다는 말인가.

 “신형대국관계의 모범 사례는 중·러 관계다. 즉 미·중 관계를 중·러 관계처럼 바꿔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핵심은 상호 인정과 존중이다. 중국은 대만, 인권, 티베트,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 등 ‘핵심 이익’에 간섭하지 말라고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의 의도대로 따르지는 않을 것이다. 군사·안보 분야는 경쟁·갈등 국면이 예상된다. 미국은 주변국이 느끼는 중국에 대한 두려움을 활용할 것이다.”

 - 동아시아 전체에 미칠 영향은.

 “문제는 주변국이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이 나온 배경에는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정치·경제 영향력이 급속히 약화됐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동아시아 국가들의 대미 무역의존도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군사 분야의 우위만 남은 미국은 아시아 회귀 정책을 들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오바마 2기 미국의 총애를 받을 나라가 미얀마다. 민주화 국가를 지원해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다. 중국은 이에 대해 미얀마에 ‘누구와 먹고살래’라고 압력을 가한다. 두 나라의 경쟁이 주변국에 부담을 주는 것이다.”

 - 시진핑은 어떤 사람인가.

 “세 가지가 결합된 인물이다. 정치적으로 독실한 사회주의자다. 아버지 시중쉰(習仲勳)의 영향 때문이다. 당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한 반(反)부패 정책을 강화할 것이다. 민주개혁은 기대하기 어렵다. 경제적으로는 시장지향적 개혁가다.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고 시장제도의 작동을 위한 제도 개선에도 힘쓸 것이다. 경제 개방을 넓혀 갈 것이다. 외교적으로는 실용적 민족주의자다. 우파 민족주의자와 다르다. 영토 주권의 양보는 절대 없을 것이다. 단 전체적 국익을 위해서는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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