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호텔 샥스핀까지 … 화공약품 처리된 중국산 유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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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중국에서 화공약품 처리가 된 ‘샥스핀(상어 지느러미)’이 질이 좋은 다른 국가산으로 둔갑돼 수년간 국내 유명 호텔의 중식당과 고급 레스토랑 등을 통해 유통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무역업체 I사 대표 홍모(55)씨는 2005년 중국산 샥스핀의 원산지를 속여 유통시키기로 작정했다.

 국내 특급호텔 중식당 등이 식재료로 사용하는 샥스핀을 살 때 중국산보다 인도네시아나 홍콩산을 선호하고 가격도 더 높게 쳐 준다는 점을 알고서였다. 마침 홍콩의 수입업체인 Y사가 중국 광둥성의 가공공장에서 건조·진공포장 등을 거쳐 생산된 중국산 샥스핀을 수입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홍씨는 Y사와 수입 계약을 체결했다. 홍씨는 Y사를 거쳐 2005년 10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68차례 8만1648㎏(판매가 기준 약 500억원)의 샥스핀을 수입했다. 이 물건들은 국내 호텔 중식당이나 고급 레스토랑에 홍콩·인도네시아산으로 둔갑해 팔렸다. 홍씨가 국내에 들여온 샥스핀은 대부분 중국에서 화공약품 처리가 돼 부피가 늘려진 것이었다. 또 물코팅(일명 글레이징)한 후 급속냉각, 제품 표면에 수분을 얼어붙게 함으로써 무게도 부풀려졌다.

  특히 그는 2009년 9월 서울 유명 호텔 중식당의 이모(65) 주방장에게 현금 500만원을 건넸다. “내가 수입·판매하는 샥스핀이 호텔에 계속 납품되게 도와주고 제품에 하자가 있더라도 묵인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였다. 검찰 관계자는 “2005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여러 식당 주방장들에게 총 2894만원을 건넸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조상철)는 15일 홍씨와 I사를 대외무역법 위반, 식품위생법 위반, 배임증재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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