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각국, 돈 풀고 금리 낮추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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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악순환은 시작됐는가. '

세계 경제의 동반 부진이 가시화하고 있다. 지구촌 경제의 중심축 역할을 해온 미국 경제가 둔화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그 여파가 유럽.아시아.남미 등지로 확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자국 경제의 후퇴를 막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약발은 잘 먹혀들지 않고 있다.

미국은 올 들어 일곱 차례에 걸쳐 금리를 낮춰 연초 6.5%이던 것이 지금은 3.5%로 낮아졌으나 회복기미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빨리 마이너스 성장을 다시 경험할줄 몰랐던 대만.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도 통화공급을 늘리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 세계 경제 20년 만의 불황〓3대 강국인 미국.일본.독일의 성장률이 2분기에 마이너스 또는 제로 수준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분기에 0.7% 성장할 것으로 잠정 집계됐으나 기업 투자가 예상보다 크게 줄고 개인소비도 부진해 오는 29일 발표될 확정치는 0%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1993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 된다.

일본은 올 1분기 성장률이 이미 -0.2%를 보인 데 이어 2분기에도 위축세가 이어져 '10년 불황' 이 연장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JP모건체이스증권은 일본 경제가 2분기에 연율로 환산해 4.5%나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독일은 2분기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제로에 그쳐 2년 만에 처음으로 제자리 걸음을 나타냈다.

독일은 2분기 수출이 0.7% 증가에 멈추고, 투자는 2.7% 감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 대국들의 이같은 부진은 세계 경제 전체에 주름살을 주고 있다.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동남아 국가들이 큰 타격을 이미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와 대만의 2분기 성장률이 각각 -0.9%, -2.35%로 주저앉은 것이 그 증거다. 한국과 태국도 사정은 안좋다.

◇ 경기후퇴 차단 위해 고심 중〓경기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해지자 각국 정부는 금리인하 등 부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은 지난 2일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 5.0%로 낮췄다.

유로권 12개국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유럽중앙은행(ECB)도 오는 30일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은 지난 14일 금융기관의 당좌예금 잔고를 현재 5조엔에서 6조엔으로 늘리고, 장기국채 매입도 월 6천억엔으로 증액키로 했다. 이만큼 시중에 돈을 더 풀기로 한 것이다.

싱가포르는 1,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잇따라 전분기보다 10% 이상 줄어들자 지난달 말 공공사업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그 규모가 우리 돈으로 약 1조6천억원이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태국도 재정지출 확대조치를 곧 동원할 방침이다.

중국도 2분기 성장률이 8%를 밑돌자 연간 8%대의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올 예산의 5%에 달하는 5백억위안(약 7조8천억원)의 추가 재정지출을 검토하고 있으며, 소비를 늘리기 위해 자동차 구입시 세금을 크게 낮추는 감세정책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홍 기자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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