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박찬호, 그가 얻어야할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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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라는 경기에 있어 승패라는 범주가 직접적으로 해당되는 건 팀 말고는 투수가 유일하다. 이런 이유로 투수는 아무래도 승패에 민감한 선수중 한명일 수 밖에 없다.

분명 승수가 투수를 평가하는 절대적 잣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투수가 몇승을 거두었느냐에 우선적으로 신경을 쓴다. 그리고, 이러한 몇승대 투수인가라고 하는 도그마는 투수조차도 쉽사리 포섭해 버리는 것이 되며 자신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곤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승리라고 하는 것은 투수 혼자서 어떻게 이끌어내기에는 너무도 힘든 범주라는 점을 상기해 볼 때 (투수이건 아니면 야구팬이건) 이런 승수 집착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점에서 21일 뉴욕 메츠전에서의 불거진 일련의 사건(?)들은 박찬호선수를 '승수 집착'이라고 하는 도그마에서 깨어나게 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선수도 인간인만큼 많은 퀄리티 스타트에도 불구하고 그에 합당한 승수를 기록하지 못한 것은 성취감이라는 점에서 실망과 좌절감을 불러 일으킬수도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짐 트레이시 다저스감독의 말처럼 승리나 패배는 결코 중요한 것이 아니며 성취감의 대상이 되기에는 너무나 부질없는 짓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야구는 결코 혼자서 하는 개인 경기가 아니고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서 팀을 이루는 일종의 단체 경기이다. 이런점을 감안할 때 선수 저마다에게는 그 나름의 역할이 주어져 있다.

투수나 야수는 누구나 알듯이 점수를 안주는 것이고 타자는 점수를 뽑아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박선수의 임무는 어떤 것일까? 언제나처럼 굳건하게 마운드위에서 상대타선을 압도하며 최소의 실점을 이루어내는 것이고 나머지는 팀동료들의 몫이며 그게 여의치 않을때 잘던지고도 승리를 거두지 못하거나 패전투수가 되기도 한다.

이때 만약 잘 던지고도 패전투수가 되거나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고 그 투수를 실력없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야구를 기록의 경기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록은 투수가 어떤 역할을 했었고 그 역할은 그날의 승패의 어떤 역할을 했었는지를 충분히 제시하고도 남음이 있다.

짐 트레이시감독이 밝혔던 21일 박선수의 대한 실망감도 이런 것이다. 비록 다저스의 타선이 형편없는 성적으로 박선수의 승리를 제대로 돕지는 못하고 있지만 박선수는 위의 사실을 잘 알고 있을 메이저리그 특급 투수중 한명이라는 것이 트레이시감독의 설명이다.

팀사정으로 인해 에이스가 되었지만 브라운의 부상이 아니었어도 박선수는 이미 에이스급 선수라는 점을 트레이시감독은 전제하며 메츠전에서 보여준 박선수의 투구모습은 결코 에이스의 자존심을 가진 투수의 투구가 아니었다고 이야기했다.

승패는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근성은 필요하다. 최선을 다하며 에이스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은 승패를 떠나 언제나 중요한 점이라는 것이 박찬호를 좋아하고있다는 트레이시감독의 팀 에이스 찬호 박에 대한 부탁이다.

박선수는 이런 트레이시감독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가 된다는 상황은 그의 양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압박감의 한 요소이고 승수 쌓기 여부에 일희 일비하기 쉽게 만들지만 1승이나 1패는 트레이시감독의 말처럼 중요하지 않다.

이제 박선수는 트레이시 감독이 원하는 것처럼 메이저리그 에이스로서의 풍모를 보여주는 것에 전력해야 할 때가 되었다. 메이저리그 에이스의 풍모를 갖추는 것은 1승보다 더 그가 원하는 많은 것들을 그의 손에 쥐어줄 지름길이고 그가 진정으로 지향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에이스는 결코 1승, 1패에 일희 일비하는 그런 존재가 아니며 더군다나 승리는 갈망한다고 쉽사리 쥐어질 수 있는 것도 더욱 아니다. 이제 박선수는 진인사 대천명이라는 경구를 다시한번 가슴에 다시 한번 새길 시기가 되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경기를 즐긴다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릴 때 박선수는 진정한 빅리그의 최고선수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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