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4위자리 다툼 긴급점검

중앙일보

입력

각 구단별로 30여 경기밖에 남지않은 시점에서 포스트시즌 티켓을 위한 마지막 한자리인 4위자리의 주인을 놓고 사상초유의 혼전이 벌어지고 있다.

4위 자리가 날마다 바뀌는 극심한 혼전양상 속에서 8월 23일 현재 4위 한화와 8위 LG와의 승차는 불과 1게임. 4위 다툼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5개구단의 전력의 명암을 비교해 보고자 한다.

1.한화 - 보약처방이 필요한 투수진

5위 기아와 승차없이 4위를 달리고 있는 한화는 투수진이 전체적으로 피로한 느낌을 보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다. 노장 선발 2인방 송진우와 한용덕이 힘이 달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신 마무리 조규수도 그다지 믿음직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19일 벌어진 삼성전에서는 6대2의 리드를 지켜내지 못한채 투수진의 급격한 난조로 뼈아픈 역전패를 경험해야만 했다.

타선은 신인 김태균이 연일 불방망이를 터뜨리며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새로운 활력소를 제공함과 동시에 신인왕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으며, 최다안타 1위 데이비스도 꾸준한 활약을 보이고 있다. 장종훈이 시즌 초반의 컨디션만 회복한다면 한화의 타선은 타팀의 공포대상으로 떠오를 것이다.

결국 송진우,한용덕,장종훈 이들 투,타의 고참 3인방의 활약여부가 한화의 앞으로의 행보에 절대적인 변수가 될 전망이다.

2.기아 - 이종범 만으로는 힘겨운 행보

해태를 인수하며 옷을 갈아입고 8월 1일 새로이 프로야구판에 뛰어든 기아는 이종범이라는 슈퍼스타의 복귀와 더불어 프로야구판의 열기를 되살려 놓고 있는 일등공신 이다. 그러나 이종범이 복귀한 이후의 성적은 16경기에서 6승10패로 부진을 보이고 있다.

이종범은 복귀후 17경기 연속안타(97년 마지막 경기 포함)행진을 계속하며 공,수에서 녹슬지 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투수진의 난조가 극심하다. 투수진의 주축이 되어야 할 이대진,박충식,곽현희등이 아직도 재활훈련에 매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기아의 투수진의 성쇠는 긴급 영입한 두 명의 용병 리치 루이스와 리오스의 활약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격력에선 꾸준한 활약을 보이고 있는 이종범,김종국,장성호 외에 이적생 트리오인 신동주,최익성,이동수의 분발이 요구된다. 용병 거포 산토스가 퇴출이 확정된 상황에서 장타력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의 활약은 기아의 포스트 시즌 진출 향방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3.SK - 투수진으로만 따지면 우리도 우승후보감

SK의 현재 팀 방어율(4.56,전체 3위)을 봐도 알 수 있듯이 투수력은 지난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에르난데스(10승),이승호(10승),김원형(9승)의 선발 3인방과 든든한 중간계투진 및 마무리(조규제,조웅천,오상민)투수들이 자리하고 있다. 투수력에서는 5개 구단들중 가장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오히려 포스트 시즌에서 가공할 위력을 발휘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문제는 솜방망이 타선이다. 용병 듀오 에레라,브리또를 제외하곤 믿을만한 선수들이 보이지 않는다. 브리또의 부상 회복 여부와 토종 거포 이호준의 방망이가 SK타선의 실마리의 열쇠를 쥐고 있다.

4.롯데 - 투혼으로 뭉친 부산 갈매기들

7월 24일 김명성 감독의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며 큰 충격을 받았던 롯데는 우용득 감독대행의 부임이후 21경기에서 선수들이 단결,투혼을 발휘하며 12승9패의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4위 자리다툼을 혼전 양상으로 몰고갔다.

'수입 갈매기' 호세는 공격 5개 부문(홈런,타점,타격,출루율,장타율)에서 1위를 달리는 괴력을 발휘하며 롯데의 공격을 이끌고 있으며 조경환(24홈런,83타점)이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뒤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다. 최근에는 2년차 김주찬이 톱타자로 맹활약을 펼치면서 팀 타선에 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선발 3인방 손민한,박지철,염종석은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중간계투와 마무리진이 아직 만족스럽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팀타율 1위에도 불구하고 기복이 심한 타선이 이를 얼마만큼 극복하는 가와 투수진의 허리와 마무리의 안정회복 여부가 롯데의 4위 다툼 행보에 관건이 될 전망이다.

5.LG - 중심타선의 분발이 필요한 때

김성근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급속도로 전력의 안정을 되찾은 LG는 막판 치고 올라가야 할 시점에서 계속 엇박자를 이루고 있다. 문제는 중심타선이 필요한 상황에서 전혀 제몫을 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준혁은 현재 좋은 성적(타율 0.336 12홈런 79타점)에도 불구하고 고질적으로 따라 붙는 '영양가 없는 타자'의 이미지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팀내 고참급 선수로서 4번타자가 해야할 역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이기에 더욱 안타까울 따름이다.

94년 LG우승 당시의 4번 타자였던 한대화는 외형상의 기록보단 결정적인 상황에서 제 몫을 해내며 항상 '해결사'로 인식되었던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투수진은 다승 1위 신윤호를 축으로 용병 선발 3인방 해리거,린튼,발데스등이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해리거가 어깨통증으로 2군으로 내려간 점이 걸리지만 최근들어 '영건 쌍두마차' 김민기,이동현등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 투수 운용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김성근 감독대행이 어떤 기지를 펼쳐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