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형 택시회사 설립 싸고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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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화성시에서 택시 잡기는 히치하이킹만큼이나 어렵다. 궂은 날이나 심야에는 더욱 그렇다. 돈이 되는 장거리 손님만 골라 태우는 승차 거부도 비일비재하다. 화성시의 택시 한 대당 인구수는 639명으로 경기도 31개 시·군 중 가장 높다. 반면 법인택시 비율은 21.5%로 31개 시·군 평균(29.2%)보다 낮다. 도농복합지역 할증을 적용받아 요금도 도시지역보다 30% 이상 비싸다.

 시민들의 불편이 심해지자 화성시가 법인택시 수를 늘리기로 했다. 업체를 한 곳 늘려 법인택시 비율을 높이기로 한 것이다. 화성시 관계자는 “법인택시 한 대를 늘리면 개인택시 2대를 늘리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며 “택시 수가 부족해 생기는 불편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새 택시업체는 사회적기업 형태로 운영토록 할 방침이다. 업체 선정 과정의 특혜 시비를 없애고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열악한 법인택시 기사들의 처우 개선 효과도 있다는 게 화성시의 판단이다. 채인석 시장은 “개인택시 면허 대기자들이 이 업체에서 일정 기간 근무한 뒤 면허를 받도록 하면 설립 취지도 살리고 면허 대기자들의 불만도 잠재울 수 있다”고 말했다. 화성시는 2014년까지 신규 택시 물량 284대 중 60여 대를 새로 설립하는 업체에 할당할 방침이다.

 기존 개인택시 기사들은 반대하고 있다. 업체 수가 늘어나면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법인택시 기사들도 개인택시 면허 대기 기간이 길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화성시 택시조합원 500여 명은 지난 13일 시청 앞에서 삭발시위를 벌이며 철회를 요구했다. 택시조합 관계자는 “법인택시를 증차하면 10여 년 동안 개인택시 면허를 받으려는 목표로 열악한 근로환경을 버텨온 택시 종사자들의 모든 노력이 헛수고가 된다”고 말했다.

화성=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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