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으로 본 '이민생활 24시'

미주중앙

입력

한인 이민 역사가 깊어지면서 이 곳 형사법정에서도 우리 한인사회의 긍정적 변천을 실감하게 된다.

형사법원에서 보는 가장 큰 한인사회의 자랑스러운 수확은 중국인이나 다른 아시아 인종들과는 달리 유독 한인들의 사건의 수가 크게 줄어든 현상이다.

불과 두어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인들 사건의 주종인 음주운전 사건으로 체포돼 오는 한인들이 거의 매일이다시피 꼬리를 잇고 있었던 것이 이제 한 주에 몇 명 정도로 줄어 들었다.

그동안 음주운전 사건에 대처하는 당국의 처벌이 현저히 무거워진 것 외에도 각 언론 기관을 통한 계몽이 크게 효력이 나타난 것으로 보이며 무엇보다도 이런 계몽을 받아들이는 한인사회의 높은 문화수준이 그 주된 근본이라고 믿고 싶다.

그동안 강화된 음주운전의 처벌은 벌금 등의 경제적 제재 외에도 각종 교육 과정을 이수해야 하고, 자동 잠금 장치 등을 설치해야 하는 규정 등이 마련되기도 했다.

또한 몇 번의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누범자의 경우에는 형사 처벌 외에도 기타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이런 강화된 처벌과 한인들의 각성이 음주운전 적발 수가 감소하는 효과를 나타내고 타인종들에 비해 현저히 좋아진 모범적 마이너리티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는 듯 하다.

음주운전 사건은 이만하면 모범 수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아직도 많은 부문에서 조심해야 할 몇 가지 문제들이 있다.

한인들 중에는 법원이 내리는 명령을 한쪽 귀로 듣고 잊어버린 듯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법원의 명령위반 사건은 실제 저지른 다른 사건과 달리 아주 심각하게 다룰 뿐 아니라 그 처벌도 상당히 엄격한 편이어서 형량협상(Plea Bargain)이 잘 먹혀들지 않아 실형으로 끝을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한 조선족 동포 청년이 술집에서 벌어진 싸움 끝에 폭행 혐의로 체포됐는데 지문조회 결과 이 청년이 6년 전에도 역시 같은 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아오다가 재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법원에 나오지 않아 체포영장이 발부돼 있었고, 결국 보석 규정 위반 혐의로 또 한가지 사건이 추가돼 있었다. 이런 이유로 입건 재판에서 이 청년에게 많은 액수의 보석금이 책정됐고 그는 즉시 보석금을 지불하지 못해 형무소에 수감돼 구속 재판을 받게 됐다.

이번 사건이나 6년 전의 사건 모두 단순한 싸움 정도의 것이어서 검찰은 형사범죄가 아닌 풍기문란 정도의 위반급으로 낮추어서 사건은 끝이 나게 됐지만, 법원에 출두하지 않아 추가된 보석조건 위반 사건만은 엄하게 처벌하도록 돼 있어 결국 30일 구류 처분으로 합의를 이루었다. 그러나 형무소에서 구속 중에 있는 이 청년의 미국 체류 신분이 불법이어서 끝내 이민국으로 송치됐고, 추방재판을 받게 됐다.

지난해 초에는 LA에서 온 한 여성이 교통 단속 검문에서 옛 교통법규 위반으로 티켓을 받고 출석하지 않은 기록이 나와 현장에서 체포됐는데, 역시 보석금 명령이 내려져 구속재판을 받게 됐다. 불법체류신분인 이 여인 역시 형무소에 간 첫 날 이민국의 덜미로 추방재판에 회부되고 말았다.

퀸즈형사법원 한국어 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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