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반값 실리콘 가슴', 알고보니 '경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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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평소 빈약한 가슴 때문에 고민하던 주부 A씨(38·경기도 안산시)는 지난해 3월 귀가 솔깃한 소식을 접했다. 안산시내 한 성형외과에서 시중가격의 절반 정도인 300만원에 가슴확대수술을 해 준다는 것이었다. 병원 측은 “해외에서 수입한 뒤 식약청의 허가를 받은 정품”이라며 샘플까지 보여 줬다. 하지만 A씨는 수술 이후 가슴이 아프고 딱딱해지는 등 부작용에 시달리다 다른 병원을 찾아 재수술을 받았다. 그의 가슴에서 발견된 보형물은 중국에서 몰래 들여온 불량품이었다.

 부작용이 심한 공업용 실리콘으로 성형수술용 보형물을 만들거나 중국에서 밀수입해 유통한 업자와 이를 사용한 성형외과 등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불법 보형물을 제조하거나 밀수입해 성형외과 등에 팔아 수억원의 이득을 챙긴 혐의(의료기기법 위반 등)로 신모(43)씨를 구속하고 라모(62)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신씨 등은 2002년부터 최근까지 공업용 실리콘으로 남성용 성형보형물 수만 개를 만들어 서울과 경기도 지역 성형외과와 비뇨기과 등에 판 혐의다. 이들은 경기도 시흥에 있는 라씨의 플라스틱 공장에서 성형보형물을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성분 분석을 한 결과 이들이 제조한 일부 보형물에서는 페인트나 창문 코팅제 원료로 사용되는 화합물질이 검출됐다. 피부에 닿을 경우 욕창이나 염증성 피부염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다. 실제 수술받은 환자 중 일부는 피부가 괴사하거나 보형물이 몸 안에서 굳는 등 부작용을 겪은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이들은 또 지난해 초부터는 식약청 허가를 받지 않은 중국산 실리콘 겔 인공가슴, 필러(주름살 제거용) 등을 밀수입해 성형외과 등에 판 혐의도 받고 있다.

 신씨 등은 제조하거나 밀수입한 보형물을 정품의 절반 가격으로 수도권 내 병원 100여 곳에 납품했다. 이들 병원 중에는 서울 강남 청담동 지역 등에 위치한 유명 성형외과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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