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₂ t당 최소 10달러 … 온실가스 줄이면 돈 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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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ETS)’가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도 2015년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기업들로서는 친환경과 비즈니스를 결합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 산하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GIR)와 공동으로 국내외 ETS 도입 현황과 전망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인텔이 미국 애리조나주 오코틸로 공장 내 직원 주차장에 설치한 1260개의 태양전지판. 인텔은 미국 내 캘리포니아·애리조나·뉴멕시코 등 모두 15곳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했다. [사진 인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남동쪽으로 약 70㎞ 떨어진 샌타클래라.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이곳에는 세계적 반도체칩 제조회사인 인텔 본사가 자리하고 있다. 6일 만난 마이클 제이컵슨 인텔 사회적 책임 담당부장은 “인텔은 미국 내에서 풍력·태양광 등을 이용해 생산한 그린에너지를 가장 많이 구매하는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원자력·화력으로 생산한 전력보다 다소 비싸지만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환경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인텔은 2011년 기준으로 미국 내 본사와 6개 공장에서 소비하는 전력의 88%(25억㎾h)를 그린에너지로 충당했다.

 인텔은 또 친환경 건축과 에너지효율 개선,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등을 병행해 반도체 칩 1개를 생산할 때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2004년보다 80%나 줄였다. 제이컵슨은 “기업의 사회적 평판이 브랜드 가치로 이어지고 이것이 매출 증가로 연결되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의 퍼시픽 가스전력사(PG&E)도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이다. 전력 1㎿h당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CO₂) 기준으로 2010년에 202㎏까지 줄였다. 2009년보다 23% 감소한 양으로 미국 전체 발전소 평균보다 60%나 적다.

 이 같은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는 2006년 제정된 캘리포니아 온난화방지법(AB 32)이 자극제가 됐다. 이 법에 따르면 기업들은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4억 2700만t)으로 줄여야만 한다. 캘리포니아는 2008년에만 4억7376만t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미국 다른 지역에서 도입하지 않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ETS)를 내년 1월 시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TS 도입에 따라 연간 CO₂ 배출량이 25만t 이상인 500여 개 기업에는 지난 9월 배출량이 할당됐다. 하지만 통상 배출량의 90%만 무상으로 주어졌기 때문에 나머지 10%는 자체 감축하거나 배출권 구입으로 해결해야 한다. 즉 할당량보다 더 많이 배출한 기업은 할당량보다 적게 배출한 기업 등으로부터 배출권을 경매로 사들여 초과분을 충당해야 하는 것이다. 배출권 온라인 경매는 현지시간으로 14일 처음 시작된다. t당 최소 10달러 이상 거래된다. ETS가 규제이기는 하지만 CO₂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을 가진 기업에는 돈 버는 기회이기도 하다.

 캘리포니아주 대기환경위원회의 데이비드 클레젠 기후변화프로그램 공보관은 “캘리포니아는 그동안 에너지 효율 제고에 노력해온 덕분에 북미 바이오연료 벤처기업의 중심지가 됐다”고 말했다. 미국 내 청정기술 관련 벤처기업 투자 중 3분의 2가 캘리포니아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실업률이 5%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 AB32 법안 시행을 보류하자는 주장이 일부에서 제기됐지만 2년 전 주민투표를 통해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결정됐다”고 소개했다. 주정부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ETS를 피해 빠져나가는 기업이 일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일자리가 늘고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에 따라 2010년 6월 설치된 환경부 산하 온실가스 관리 전문기관. 국내 온실가스 배출 정보를 관리하고 국가·부문·업종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배출권 거래제와 관련해 업체·업종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파악하고 배출 특성과 감축 잠재량 등을 바탕으로 할당량을 정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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