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부활 반복 … 출총제 재도입해도 실효성 떨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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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기 위해 대기업 집단 소속 회사의 타 회사 출자를 일정 수준 이하로 묶어놓는 직접적인 수치 규제다. 1987년 첫 시행된 이후 폐지와 부활을 반복했다. 그만큼 사연도 많다. 출자 한도는 40%→25%→40%로 오르내렸다. 그렇지만 대기업의 적정 출자 수준이 왜 하필 그런 숫자여야 하는지는 아무도 답을 못했다.

 이 제도의 문제점은 숱하게 거론됐다. 현재 출자총액을 규제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출총제는 한국 기업의 신수종 사업 투자를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이 새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출자 방식을 취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신설 법인 대신 기존 회사 조직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인건비 부담이 크고 발 빠르게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가 어렵다. 출자를 할지, 기존 조직을 이용할지는 경영자의 판단 영역인데, 이를 사전적으로 규제하는 것도 문제다. 또 국내 기업 투자는 옥죄면서 해외 자본의 국내 기업 흡수·통합만 쉬워질 우려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출총제를 재도입해도 실효성 있는 규제 수단이 못 된다는 점이다. 다수의 예외 규정을 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연히 기업의 투자심리만 위축시킬 수 있다.

 그런데도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출총제 재도입을 공약으로 내놓은 것은 다른 경제민주화 공약에 비해 쉽고 친숙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고위관계자는 “출총제를 재도입하면 재계가 ‘우는 시늉’을 할지는 모르지만 별로 아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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