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 이승호 "훌쩍 컸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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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투수들이 잔재주(변화구)만 부리는데 비해 (이)승호는 기본(패스트 볼)을 잘 던진다. 좀 더 경험을 쌓으면 몇년 안에 최고의 투수가 될 것이다. "

SK 강병철 감독은 올시즌 직전 팀의 선발투수 이승호를 이렇게 평가했다. 지난해 신인왕 이선수는 강감독의 예상보다 빨리 2년 만에 팀 마운드의 주춧돌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에이스로 컸다.

이선수는 지난 21일 사직 롯데전에서 시속 1백45㎞의 빠른 직구와 커브.싱커를 적절히 섞으며 시즌 10승째를 올렸다.

이날 롯데의 톱타자 김주찬에게만 홈런을 포함, 3안타로 1점을 내줬지만 나머지 선수들에게는 단 한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으며 최근 3연승 롯데의 상승세를 꺾었다. 올시즌 이선수의 성적은 화려하다. 22일 현재 방어율 7위(3.70), 다승 공동 3위(10승), 탈삼진 2위(1백33개)를 기록 중이다.

무엇보다도 이선수는 2년 연속 두자리 승수를 올리며 '소포모어 신드롬' (데뷔 연도의 좋은 성적에 비해 2년차에 부진한 현상)없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10승 가운데 완투승이 세차례일 정도로 '무쇠팔' 인 점에서도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순박한 외모를 지닌 이선수는 위기 상황에서도 정면 승부를 마다하지 않는 두둑한 배짱을 지녔다. 최다 피홈런 1위(22개)를 기록한 것은 그의 과감성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지난달 6일 인천 LG전에서 8승째를 거둔 이선수는 이후 네경기에서 팀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승리와 인연이 멀었다가 지난 15일 인천 현대전에서야 9승 고지에 올랐다.

그러나 이선수는 "아직도 배울 것이 많다" 며 누구를 원망하지 않고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이선수는 겸손함과 예의 바른 행동으로 팀 선배들이 제일 귀여워하는 후배로 꼽혔다. 이선수의 단점은 제구력이 불안해 볼넷이 많은 점. 올시즌 볼넷 1백12개로 이 부문 3위를 기록 중이다.

이 때문에 이충순 투수코치와 '5회까지 볼넷 3개를 넘지 않으면 3만원을 받고, 넘으면 개당 1만원씩을 주는' 내기를 할 정도다.

이선수는 "프로에 데뷔할 때 목표가 매년 꾸준히 성적을 내는 것이었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 지금 에이스라 부르는 것은 부담이 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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