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날쌘돌이 서정원 다시 '씽씽'

중앙일보

입력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날쌘돌이' 서정원(31)이 되살아나고 있다.

'한물 갔다' 는 주위의 비아냥을 비웃기라도 하듯 '돌이' 라는 별명이 어울리지 않게 느껴지는 서른을 넘긴 나이에 전성기 기량을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서선수는 올해 정규리그 11경기에 출전해 여섯골을 뽑아내는 득점력을 과시하며 팀 동료 산드로, 부산의 우성용과 함께 득점 공동 3위를 달리고 있다. 최용수가 일본으로 떠나고 지난해 득점왕 김도훈(전북)의 득점포가 침묵하는 사이, 샤샤(성남).파울링뇨(울산) 등 외국인 스트라이커들이 판치는 축구판에서 이들에 대항할 유력한 '토종 선수' 로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지난 11일엔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샤밥과 아시안슈퍼컵 2차전 원정경기에서 0 - 1로 뒤지던 후반 동점골과 역전골을 잇따라 뽑아내며 팀의 2 - 1 승리를 이끌어 대회 MVP로 뽑히기도 했다.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오랜만에 발휘한 것이다.

올해 아디다스컵 여덟경기에서 한골도 뽑아내지 못했던 서정원의 득점포는 수은주가 달아오르기 시작한 6월 말부터 불을 뿜었다. 6월 24일 대전전, 7월 7일 부천전에서 두골씩을 뽑아냈고, 7월 11일 전남전에서 5호골을 뽑은 후 잠시 주춤했다가 11일 알 샤밥전을 계기로 다시 살아났다.

특히 알 샤밥전에서 서정원이 기록한 두번째 골은 축구팬들의 눈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했다. 서정원의 슛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25m짜리 빨랫줄 같은 중거리 슛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서선수의 분전은 지난해 극도의 부진과 비교돼 더 빛나 보인다. 99년 말 오른쪽 무릎 연골 수술을 받았던 서정원은 지난해 6월부터 간간이 출전했지만 4골.1도움만을 기록하며 '선수 생명이 끝난 게 아니냐' 는 주변의 우려를 자아냈었다.

수원의 주현섭 주무는 "빠른 스피드를 주무기로 하는 서정원 같은 공격수가 수술 후 정상 컨디션을 되찾는 데는 1년 이상 걸린다" 며 "득점감각에 물이 올랐고, 특히 몸관리에 철저하기 때문에 서정원의 활약은 당분간 계속될 것" 이라고 말했다.

1백m를 11초대에 끊는 준족으로 94년 미국월드컵 스페인전에서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기억하는 축구팬들은 올시즌 서정원의 재기 성공으로 프로축구를 보는 재미가 한층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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