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안팎 하이일드 채권 수익률, 사상 최저 6%대로 떨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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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채권에만 돈이 몰리는 게 ‘로컬’한 현상은 아니다. ‘글로벌’하다. 12일 동양증권에 따르면 전 세계 펀드 자금 가운데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채권형 펀드에 들어온 돈은 3805억 달러다. 같은 기간 주식형 펀드에서는 1166억 달러가 빠져나갔다.

 특히 하이일드(고위험·고수익) 채권에 자금이 쏠렸다. 지난달 말까지 하이일드 채권펀드에 몰린 전 세계 펀드 자금은 775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 채권펀드에 유입된 돈(2048억 달러)보다 절대 규모는 작지만 증가세가 가파르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미국 채권펀드는 전 세계 채권펀드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지만 올해 들어온 자금 비중은 50%에 그친다”며 “반면에 하이일드 채권펀드 시장 비중은 10%인데 연초 이후 들어온 자금 비중은 23%에 이른다”고 말했다. 하이일드 채권으로 돈이 몰리는 건 다른 채권의 수익률이 낮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로금리 정책이 장기화되면서 미 국채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사자’는 사람이 많으면 물건값은 오르게 돼 있다. 채권 가격과 금리(수익률)는 반대로 움직인다. 하이일드 채권이 인기를 끌면서 수익률은 주저앉았다. 역사적으로 하이일드 채권의 평균 수익률은 10% 안팎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2009년엔 20%에 육박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엔 6% 선으로 떨어졌다. 대표적인 하이일드채권 지표인 ‘바클레이스 미국 회사채 수익률’은 9월 중순 사상 최저치(6.15%)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이일드 채권 수익률이 높은 건 위험하기 때문이다. 투자 위험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금리 상승 위험이다. 금리가 오르면 위험한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하느니 조금 수익률은 낮지만 안전한 국채가 낫다는 투자자가 늘어난다. 최근 경제 상황을 보면 전 세계적으로 금리를 올리기가 쉽지 않은 터라 이 위험에 대해선 대부분의 투자자가 우려하지 않는다.

 두 번째이자 가장 큰 위험은 부도다. 채권을 발행한 회사가 부도나면 채권은 휴지 조각이 된다. 경제가 더 침체된다면 더 많은 하이일드 채권이 부도날 수 있다. 현재 하이일드 채권 부도율이 높은 편은 아니다. JP모건에 따르면 2009년 말 10%를 웃돌던 하이일드 채권의 부도율(채권 규모 기준)은 계속 떨어져 올 9월엔 3% 밑으로 내려갔다.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에 따르면 지난 십수 년간 하이일드 채권의 부도율은 평균 3.5% 수준이다.

 그러나 올 들어 부도율은 소폭이지만 오르고 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하이일드 채권 발행 기업의 채무액은 6월까지 1년간 7.2% 증가했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지난달까지 신용등급을 강등한 기업 수는 신용등급을 상향한 기업 수를 45% 웃돌았다. UBS웰스매니지먼트의 토니 로스 애널리스트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하이일드 채권에서 손을 떼야 할 시기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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