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경 "확실한 '주부파워' 보여드릴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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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저보고 '피터팬' 이래요. 늙지 않는다구요. 애가 둘이나 있는데…. 그래서 성인 취향 프로에서 이미지를 확 바꿀 거예요. "

요즘 지상파.케이블 방송 가릴 것 없이 방송인 이연경(32.사진)이 자주 보인다. 월.화요일 밤엔 시트콤, 화요일 오후엔 요리 프로, 수.목요일엔 토크쇼, 금요일엔 어린이 프로, 일요일엔 짝 짓기 프로그램.케이블에서 재방송하는 것까지 포함하면, 10개 프로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그는 가수 출신이다. 1989년 대학가요제에서 '사랑 안 할래' 란 곡으로 은상을 받았고, 앨범도 2집까지 냈다. '피노키오' '피터팬' '톰소여의 모험' 등 어린이 뮤지컬에서도 단골로 주연을 맡았다. 그 땐 MC와 연기는 부업이었다. 하지만 이젠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셈이다.

"방송 진행자가 가장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말 하는 걸 좋아하는데다, 내 스타일로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에요. 가족들도 좋아하구요. "

사실 이연경을 얼핏 보면 많아야 20대 중.후반으로 느껴진다. 귀여운 용모와 미성은 데뷔 초나 별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이런 평가에 대해 본인은 크게 부담스러워 한다.

지난달부터 이연경은 요리전문 케이블인 채널 F에서 '홈베이킹 빵빵교실' (화요일 오후 1시30분)을 진행하고 있다. 빵과 과자를 만드는 요령을 쉽게 설명해 주는 프로다. 그 바쁜 와중에 이 프로를 맡게 된 것도 '주부 이미지' 로의 변신을 원해서라고 한다.

그와 대화를 나누다보면 '슈퍼우먼 콤플렉스' 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직장과 가정에서 모두 완벽하고자 하는 여성의 심리 말이다. 실제로 이연경은 일 외에 '똑 소리 나는' 주부로 방송가에서 유명하다.

"두 아들(일곱살, 네살)양육은 시댁과 친정의 도움을 일부 받지만 집안일은 제가 다 해요" 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이연경은 "굵은 팔뚝이 주부답지 않아요□" 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과일.채소.고기 같은 선도가 생명인 식품은 집 근처에 단골을 정해 두고 좋은 상품을 골라 사고, 기저귀 등 공산품은 할인점이 좋아요. 그리고 남성복은 큰 유행없이 입기 때문에 고급 제품을 사는 게 오히려 경제적이죠. 유행을 타는 여성복은 중저가 제품이 좋아요"

숨쉴 겨를 없이 쏟아내는 그의 주부 감각이 놀랍다.

"젊어 보이는 비결이 뭡니까" 라고 묻자 "세상을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고, 특히 어린이를 좋아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라고 답한다.

많은 연예인들이 쉽게 인기를 얻다 사라지곤 하는 현실에서 이연경이 이뤄가는 ' 미시 파워 '의 역사는 분명 하나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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