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의 별’ 된 박영석 대장, 기념비로 빛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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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고 박영석 대장의 부인 홍경희씨가 카카니 국제산악인기념공원에 세워진 박 대장 기념비를 바라보고 있다.

10일 오전 10시(현지시간), 네팔 카투만두 북서쪽 34㎞에 위치한 카카니(2040m) 국제산악인기념공원. 옅은 가스층 너머로 히말라야 산맥의 실루엣이 보이는 가운데, 지난해 10월 18일 안나푸르나 등반 도중 실종된 고(故) 박영석 대장의 기념비 제막식이 열렸다.

 기념비는 양지바른 곳에 세워졌다. 너비 1.2m 기단 위에 높이 1.5m 대리석 기둥, 그 위에 판석이 얹혔다. 기둥 벽면엔 박 대장의 얼굴과 프로필, 등반 업적이 새겨져 있다. 해맑게 웃고 있는 그의 얼굴이 히말라야의 따사로운 볕을 받아 금빛으로 빛났다. 기념비 아래쪽엔 1953년 에베레스트(8848m)를 처음 오른 에드먼드 힐러리(영국) 경과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인도), 네팔인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오른 푸 도르지 셰르파의 기념비가 있다. 박 대장이 4번째다.

 행사에는 이인정(67) 대한산악연맹 회장과 네팔대사관 직원, 한국 교민, 네팔의 야지와 프라사드 문화부 차관, 진바 장부 네팔등산협회장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프라사드 차관은 “박 대장을 비롯해 추모비를 세운 4명은 네팔인에게 많은 도움을 준 고마운 산악인”이라고 말했다. 장부 회장은 “박 대장은 가고 없지만 그의 업적은 길이 남을 것”이라며 “박 대장은 한국의 위대한 산악인이자 네팔의 위대한 산악인”이라고 말했다.

 이인정 회장은 “한국과 네팔은 산악 활동뿐만 아니라 경제 분야에서도 협력이 늘고 있다”며 “오늘 우리는 여기에 우정의 탑을 세운 것”이라고 화답했다.

 박 대장의 부인 홍경희(48)씨는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하다”는 한마디 외엔 말을 잇지 못하고, 울기만 해 주위를 숙연케했다. 식이 끝나갈 무렵, 대한산악연맹 배경미(49) 이사의 추모의 노래가 이어졌다. ‘안나푸르나의 하늘엔 별도 많지’로 시작되는 ‘안나푸르나의 별’은 박 대장 1주기를 기념해 특별히 만든 곡이다. 한편, 이 회장을 비롯해 대한산악연맹 관계자들은 12일 포카라 국제산악박물관 내 한국전시관 개막식에 참석한다. 여기에는 박 대장을 비롯해 고(故) 고미영씨 등 한국을 빛낸 산악인들의 발자취가 전시된다.

카카니(네팔)=글·사진 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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