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득의 인생은 즐거워] 연애 예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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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호 30면

아들아, 물론 공부는 중요하다. 지난해 제대하고 복학했으니 과제도 챙기고 학점도 신경써야 하겠지. 왜 안 그렇겠니? 졸업하고 취직하려면 토익 점수도 따둬야 하겠지. 사회에 나오면 아무래도 시간이 부족할 테니 대학생일 때 고전도 열심히 읽어야 하고 동아리 활동도 소홀히 할 수 없겠지. 그래, 그런 것들도 다 중요하겠지만 아들아, 무엇보다 연애를 해라.

무라카미 하루키도 이런 말을 했다는구나. “젊을 때 연애를 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돈도 소중하고 일도 소중하지만 진심으로 별을 바라보거나 기타 소리에 미친 듯이 끌려들거나 하는 시기란 인생에서 극히 잠깐밖에 없으며, 그것은 아주 좋은 것이다.”

아들아, 연애를 해라. 하루키의 말처럼 그것은 아주 좋은 것이다.

세상은 연애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란다. 아빠 말을 못 믿는 눈치구나. 성경의 창세기 편을 한번 보렴. 하느님이 천지 만물을 창조하고 에덴동산을 만들고 왜 남자와 여자를 만들었겠느냐? 그건 결국 여자와 남자가 에덴동산에서 연애하라고 그런 것이다.

너도 한번 생각해 봐라. 연애를 하지 않는다면, 연애를 하는 젊은이가 없다면 이 세상이 왜 필요하겠느냐? 하늘과 땅이, 낮과 밤이, 사계절과 열두 달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다 연애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러는 것이다. 꽃이 피고 낙엽이 지는 것도, 소나기가 내리고 첫눈이 오는 것도 모두 연애하는 여자와 남자를 위해 하느님이 만드시는 무대이고 설정이고 특수효과란다.

세상의 수많은 커피숍과 극장과 도서관과 술집과 놀이동산도 모두 사랑에 빠진 남녀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연애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시인은 왜 노래를 부르고 작가는 왜 소설을 쓰겠느냐? 드라마와 영화는 왜 만들어지겠느냐?

모르겠다고? 그러니 연애를 하라는 것이다. “연애를 하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라는 말, 너도 알지? 시인은 어떤 사람이냐? 그는 세상을 다르게 보는 사람이다. 연애를 하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아니다. 두 개의 세상이 있다.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이 보는 세상과 연애하는 사람이 사는 세상. 두 세상은 전혀 다른 세상이다. 연애를 하면 너는 시인이 될 것이고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다른 세상을 살게 될 것이다. 인간과 세계에 대해 그리고 너 자신에 대해 새롭게, 제대로 공부하게 될 것이다.

영화 ‘매트릭스’에 보면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두 개의 알약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 파란 약과 빨간 약. 파란 약을 먹으면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빨간 약을 먹으면 진실의 세계로 들어서는 거지. 불안하지만 아름다운 세계로. 온 몸의 세포가 불을 켜는 사랑의 기쁨과 그 불이 한꺼번에 꺼지는 영혼의 정전을, 상처와 모멸을, 질투와 미움을,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자신의 미련을 겪게 되는 거지.

아들, 왜 그런 눈으로 아빠를 바라보니? 그렇게 말하는 아빠는 연애를 해봤느냐고? 지금 연애를 하느냐고? 엄마 듣겠다. 큰일 날 소리를 하는구나. 조지 버나드 쇼가 말했을 거야. “할 수 있는 사람은 그것을 한다. 할 수 없는 사람은 그것을 가르치려 든다.” 아빠는 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너를 붙잡고
가르치려 드는 게 아니겠니? 아들아, 연애를 해라. 너는 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기획부장이다. 눈물과 웃음이 꼬물꼬물 묻어나는 글을 쓰고 싶어한다.『 아내를 탐하다』『 슈슈』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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